우버‧리프트 등 글로벌 차량공유 서비스 등장으로 전세계 모빌리티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가운데, 한국은 택시 호출 앱 중심 모빌리티 플랫폼 경쟁이 불붙고 있다. 콜택시 대신 카카오택시(카카오T)를, 현금 대신 자동 결제를 이용하는 등 ‘택시 플랫폼’은 일상생활에 안착했다. 카카오뿐 아니라 SK텔레콤 등 기술기업이 택시 플랫폼 사업에 진출했으며, 데이터와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이동 혁신과 함께 택시시장 구조 변화까지 꾀했다. 이에 최근 변화하는 택시플랫폼 산업과 규제 및 과제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모빌리티 플랫폼 규제의 첫 사례였던 타다금지법 이래 또 한 번의 규제 폭풍이 일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쏘아올린 플랫폼 독점 논란으로 정치권의 칼날이 모빌리티 플랫폼을 겨누는 모양새다.
이달 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정무위원회 등이 진행한 국정감사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수수료 갑질과 독점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다수 여야 의원들은 카카오모빌리티가 국내 택시 호출앱 80%를 점유하고 있는 지위를 앞세워 일방적인 요금·수수료 인상을 하려든다며 일제히 비판했다.
앞서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택시 기사들을 대상으로 월 9만9000원의 ‘프로 멤버십’을 출시하면서 과도한 수익화를 추진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용자들을 대상으로도 카카오T로 택시를 부를 때 배차율을 높여주는 ‘스마트호출’의 요금을 기존 1000원에서 최대 5000원으로 인상하면서 지탄을 받았다.
비판이 들끓자 카카오모빌리티는 상생안을 내고 ‘프로멤버십 가격 인하’ ‘스마트호출 폐지’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택시·대리운전 업계와의 상생도 선언했지만, ‘콜(호출) 몰아주기 개선’ ‘수수료 인하’ 등 업계가 요구해온 대책은 보이지 않아 갈등의 골만 더 깊어졌다.
정치권의 공세는 계속되고 있다. 현재까지 국회는 카카오모빌리티에 ▲택시 호출 취소 수수료 인하 ▲배회 영업 수수료 폐지 ▲가맹 택시 계약조건 수정 ▲직고용 택시 운전사와의 초과수익 배분 기준 개선 ▲문어발식 확장 금지 ▲프로멤버십 폐지 등을 요구했다. 수익 추구 대신 공익 목적으로 운영해달라는 주문도 있었다.
정부는 이미 플랫폼을 향한 규제법안 만들기에 돌입한 상태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일찌감치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행위로 인한 플랫폼 입점사업자와 소비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취지인 공정화법은 매출 100억원 이상 플랫폼 사업자를 대상으로 각종 금지행위를 두고 있다.
택시·대리운전 업계를 비롯한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소상공인들의 고통 위에서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은 역대 최대의 성과를 누리고 있고,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의 소상공인 골목상권 침탈의 선두에는 카카오가 있다”며 공정화법 제정을 서둘러줄 것을 한목소리로 촉구하기도 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역시 비슷한 규제법안을 추진 중이다. 전혜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하고 방통위가 밀고 있는 ‘온라인플랫폼 이용자보호법’은 대규모 플랫폼 사업자와 소규모 플랫폼 사업자를 나눠 각각의 금지행위를 부과했다. 마찬가지로 일방적인 서비스 거부나 거래 상대방 차별 등 불공정행위를 규제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정부와 정치권의 규제 행보가 역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플랫폼 산업에 대한 이해 없이 무조건적인 규제로는 플랫폼의 부작용을 막을 수 없을뿐더러 성장 산업의 후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스타트업계는 이러한 이유로 성명서를 내고 정치권의 규제 공세를 비판하기도 했다.
일례로, 카카오모빌리티가 지금과 같은 독점적 지위를 얻을 수 있게 된 데는 대표적인 모빌리티 규제인 ‘타다금지법’(개정 여객자동차운송사업법)이 오히려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타다금지법은 승합차와 대리운전 기사를 제공하는 타다 서비스를 금지시켰고, 이후 타다가 내리막을 걸으면서 모빌리티 플랫폼 시장의 경쟁구조가 깨지고 지금의 카카오모빌리티 독점체제가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임혜숙 장관은 연일 플랫폼 때리기가 계속된 국정감사 가운데서도 “플랫폼을 규제 대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임 장관은 앞서 지난달 29일 네이버와 카카오 등 주요 플랫폼 기업 대표와 만난 디지털플랫폼 간담회에서도 플랫폼의 순기능을 강조하며 힘을 실어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산업은 그 특성상 독점적 시장 구도를 지향하는 사업모델”이라며 “독과점으로 인한 입점업체와 소비자들의 불합리한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어느 정도 규제는 필요하되, 플랫폼 사업자들의 자율적인 경쟁과 상생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