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미국 마이크론이 차세대 메모리를 생산한 지 약 1년이 지났다.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이 안정화됐다고 자평하면서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재차 드러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마이크론은 2021년 6~8월 실적 컨퍼런스콜을 진행했다. 이 기간 매출액 82억7000만달러(약 9조8100억원) 영업이익 29억5500만달러(약 3조5100억원)를 기록했다. 각각 전년동기대비 36.6%와 155.4% 증가했다.
상승세를 이어간 마이크론은 ‘기술 리더십’을 강조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우리의 기술 프로세스는 경쟁사보다 몇 분기 앞서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은 메모리 3위다. ‘빅3’로 불려왔으나 국내 2곳과 격차가 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랬던 마이크론이 기술 차이를 좁혀오더니 지난해 11월 176단 3차원(3D) 낸드플래시, 올해 1월 10나노미터(nm)급 4세대(1a) D램을 업계 최초 생산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과거 한국 기업과 마이크론 기술 격차가 2~3년이었다면 최근에는 6개월 안쪽으로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차세대 낸드를 공개한 지 1년이 다 돼가는 시점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양산에 돌입하지 못했다. 메흐로트라 CEO는 이번 행사를 통해 “176단 낸드 및 1a D램 수율이 성순한 수준에 도달했다”며 “강력한 램프업(생산량 증대)로 연말까지 두 제품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론의 신제품 출시 당시 업계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다. 마케팅 차원에서 온전하지 않은 상태로 기술 공개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었다. 수개월이 지난 뒤에도 제품 실체를 본 적이 없다는 등의 의구심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회로 선폭, 단수 등이 기준치에 부합하는 것이 확인됐고 일부 모바일 기기 등에 투입되면서 마이크론에 대한 경계심이 확산됐다.
최근 마이크론은 미국 보이스 팹에 최신 극자외선(EUV) 설비가 들어섰다고 발표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장비를 확보하면서 EUV 활용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론은 2024년 전후에 EUV 기술 구현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경쟁사와의 격차 축소 우려에 대해 우문현답으로 대응했다. 지난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한진만 삼성전자 부사장은 우리의 가장 큰 고민은 단수 그 자체가 아니다. 이미 싱글 스택으로 128단 쌓아 올리면서 업계 최고의 식각 기술을 확보했다. 효율성과 원가 측면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단 낸드 개발 완료 소식도 전하면서 여전히 최고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음을 시사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176단 낸드와 1a D램 양산을 시작했다. 양사는 D램에 EUV를 선제 도입하는 등 마이크론과는 차별성이 있다. 메모리 빅3 간 기술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