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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라이트닷넷] 친환경 배송이 좋긴한데... '포장재' 딜레마

- 쿠팡·컬리·SSG닷컴, 다회용 보냉가방 운영 중 겪는 어려운 점은

[IT전문 미디어 블로그=딜라이트닷넷] e커머스 업계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바람이 한창 불고 있습니다. 특히 비대면 시대 배달 물량이 폭증하면서 기업들은 친환경 배송에 집중하기 시작했는데요. 신선식품을 배송하는 SSG닷컴·쿠팡·마켓컬리가 다회용 보냉가방을 만들어 운영하는 이유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환경보호를 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고 매번 박스를 분리수거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보냉가방은 도입하자고 해서 즉시 운영할 수 있는 단순한 제도가 아닙니다. 냉동·냉장식품을 얼마나 오래 보관할 수 있는지 여러 실험도 거쳐야 하고 적당한 크기나 디자인, 내구성도 신경 써야 합니다.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들어가겠죠. 또 각 사가 현재 운영 중인 물류시스템이 엉키지 않아야 하는 등 고려사항도 많습니다.

이에 따라 업체마다 보냉가방 도입·운영방식도 상이합니다. SSG닷컴과 컬리는 소비자들이 보냉가방을 직접 보관하고 있다가 새벽배송 주문 후 문 앞에 각각 알비백과 퍼플박스를 내놓으면 배달 인력들이 그 안에 물품을 두고 가고요. 쿠팡은 배송할 때마다 프레시백에 담아 전달한 후 이를 다시 회수해 갑니다. 친환경 배송이라는 취지는 좋지만 이 시스템을 운영해가면서 각사 어려움도 엿보입니다.

대표적인 건 쿠팡 프레시백입니다. 고객이 프레시백을 문 앞에 두면 배송기사가 이를 회수해 가야 하는데요. 몇주째 방치되는 등 수거해가지 않는 일들이 빈번해진 겁니다. 배송인력들에게도 이유는 있습니다.

최대한 빨리 많은 물량들을 배송해야 하는데 중간중간 프레시백을 수거하게 되면 업무 속도가 현저히 늦어집니다. 프레시백을 회수 건당 용역비를 주긴 하지만 일부 지역에선 100~150원 정도로 매우 낮은 편이죠. 이에 쿠팡은 건당 회수 비용을 높이고 이용약관에 프레시백 회수를 배송인력들 역할 중 하나로 명시했습니다.

쿠팡도 SSG닷컴과 컬리처럼 보냉가방을 소비자에게 맡기는 방식이 훨씬 편하다고 느꼈을 것입니다. 다만 프레시백 도입 전 여러 방식을 고민했지만 현재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는데요. 다른 업체들이 신선식품을 하나의 물류센터 혹은 매장에서 가져와 배송하는 반면 쿠팡은 품목에 따라 여러 물류센터에서 발송합니다. 몇 가지 변수만 더해도 복잡도가 올라가다 보니 현재 방식이 최선이란 겁니다.

회수용 방식을 택한 대가(?)는 꽤 큽니다. 세척을 위한 기계설비 비용도 추가로 들어가고, 대규모 프레시백을 세척하려니 탈부착형 ‘찍찍이’를 도입했습니다. 찍찍이가 없으면 내구성이 높아지고 오래 쓸 수 있겠지만 프레시백을 활짝 펼쳐야 세척이 쉽기 때문이죠. 현재도 쿠팡 패키징 이노베이션팀에선 지속적으로 개선할 점을 연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SSG닷컴과 컬리도 아무 고충이 없는 건 아닙니다. 컬리는 퍼플박스를 지난 5월부터 선보이기 시작했는데요. 사실 컬리는 초반엔 보냉가방 도입을 할 생각이 없었지만 ‘박스가 너무 많이 나온다’는 소비자들 불만을 외면할 수 없었죠. 그 결과 탄생한 퍼플박스를 1만5000원에 판매하는 방식을 택했는데요. 고객들에게 70~80% 할인쿠폰을 제공하긴 했지만 보냉가방으로 장사를 한다는 비난도 들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컬리는 퍼플박스 개발에 들어간 연구개발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사실 여전히 보냉가방보다 종이박스가 더 좋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상온·냉장·냉동을 각각 포장하기 때문에 온도 안정성이 뛰어나고, 보냉가방도 결국 안쓰게 되면 쓰레기가 되지만 종이는 재활용 처리가 되기 때문입니다.

컬리가 퍼플박스를 판매하는데 소비자들이 저항을 느낀 건 아마 SSG닷컴 알비백이 보증금만 내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알비백은 첫 주문시 무료로 제공하고 이후 보증금 3000원만 내면 됩니다. 두 개를 이용하려면 보증금 5000원으로 늘고 가방을 반납하면 모두 돌려주죠. 알비백은 디자인과 실용성으로 캠핑 등 일상생활에서도 많이 쓰는데요. SSG닷컴은 입소문 효과를 낼 수 있어 이를 막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여러 용도로 사용할수록 보냉가방 내구성이 약해지고 수명이 줄 수 있습니다. 단지 헤지고 더럽혀졌다는 이유로 새것으로 바꿔 달라는 요청이 생겨났죠. 처음엔 계획이 없었지만 소비자들 요구가 많아지자 SSG닷컴은 앱으로 회수를 요청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새벽배송이 일부 지역에서만 운영됐을 때 알비백을 4만5000원으로 한시적으로 판매했어도 전부 팔릴만큼 인기가 많았다고 하는데요. 새벽배송 시장이 치열해지다 보니 알비백을 유료로 전환하는 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친환경 배송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입니다. 기업은 소비자 만족 극대화,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다방면으로 연구 중이지만 결코 만만한 작업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도입하기까지도 많은 요인들을 고려해야하지만 도입 후에도 정착을 위해 힘써야 하는 모습입니다.

[이안나 기자 블로그=슬기로운 소비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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