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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세우기 대신 ‘발견되는 재미’를…고정관념을 부순 카카오웹툰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이 좋은 작품이 왜 아래에 있는 거죠?”

웹툰 댓글들을 읽다 보면 종종 보는 말이다. 자신이 보기에 재밌고 작품성이 뛰어난데도 순위가 낮은 작품을 안타까워 하는 것이다. 그럴 때면 요일별 인기순으로 나열된 웹툰 화면이 야속하게 느껴진다. 사각형 섬네일로 된 소개 이미지는 흥미를 부르기가 어렵고, 순위가 낮은 작품들까지 살펴보기엔 이용자들의 인내심은 짧다.

그렇다면 웹툰의 진입장벽을 좀 낮출 순 없을까? 고정된 섬네일 대신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인다면? 화려한 영화 예고편처럼 웹툰도 티저 영상을 볼 수 있다면?

카카오웹툰은 바로 이러한 고민과 함께 탄생했다. 다음웹툰에서 간판을 바꿔 단 카카오웹툰은 이달 1일 국내에 정식 출시됨과 동시에 이용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달라진 화면 구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그재그로 연결된 웹툰 추천 화면에선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이고, 상하좌우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도 웹툰 작품들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웹툰 IP(지식재산권)의 새로운 경험(eXperience)을 제시하는 ‘IPX’ 그리고 끝없이 웹툰 IP가 디스플레이 되는 ‘인피니트 구조’다.

이와 관련해 유천종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웹툰디자인센터장은 디지털데일리와 만나 “카카오웹툰의 핵심 키워드는 ‘발견’”이라며 “인기순이나 매출순으로 나열하면 소외되는 작품들이 많은데, 어떻게 하면 모든 작품에 균등하게 기회를 줄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고 밝혔다. 유 센터장은 다음웹툰 시절부터 웹툰 서비스 디자인을 이끌었으며, 지난 2년간 카카오웹툰의 이용자경험(UX) 디자인 전반을 총괄한 인물이다.

카카오웹툰은 작품에 대한 순위를 매기지 않는다. 첫 화면에서는 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AI) 추천작을 제시하고, 요일별 화면에서도 무작위로 작품을 배열한다. 유 센터장은 “일반적으로 웹툰 소개 화면은 상단과 하단이 정해져 있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조회수가 떨어지게 되는데, 카카오웹툰은 잘 나가는 작품만 먼저 띄우지 않고, 스크롤을 내려도 계속 다른 작품들을 볼 수 있도록 화면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대신 화려한 시각적 재미를 더해 보다 많은 이용자들이 작품에 유입될 수 있도록 했다. 작품마다 첫 화면에서 10초 분량의 티저 영상을 띄웠고, 특히 ‘레전드’ 작품들은 인터랙티브 효과를 보탠 애니메이션 페이지로 작품에 대한 흥미를 끌어냈다.

유 센터장은 “사실 머니타이징(수익창출) 위주의 작품들은 회차마다 재밌게 끊어내기 때문에 초반에 더 많이 노출될 확률이 큰데, 기존 다음웹툰에선 사회적 이슈를 담거나 호흡이 긴 작품들이 많았다”면서 “이런 작품들까지도 더 소중하게 보여주기 위해 연구했고, 세계관을 빠르게 보여주기 위한 시각적 재미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출시 초반인 현재, 아직은 새로운 플랫폼을 낯설어 하는 이용자들의 평도 들린다. 유 센터장은 그러나 “혁신을 위한 과도기이고 성장통이 필요하다”면서 “동적인 요소들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 이용자들의 불편함이 있을 텐데, 진지하게 모니터링을 하고 있고 또 사용성을 더 편리하게 하기 위한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면서 따라오는 부담감도 있을 터다. 하지만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완전히 새로운 이름의 카카오웹툰을 내놓은 이유는 단순히 기존 다음웹툰을 좀 더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수준의 목표가 아니었다.

유 센터장은 “저를 포함해 웹툰을 정말 사랑하는 팀원들과 함께 이번 개편을 준비했고, 그런 만큼 기존 웹툰의 한계를 넘어 웹툰의 위상을 높이고 싶었다”며 “영화나 게임에 비해 그동안 웹툰은 ‘보여지는 것’에 약했는데, 이제 웹툰 산업이 웹툰을 넘어 K-스토리 산업으로 변화하는 때인 만큼 한번은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카카오웹툰은 플랫폼 설계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만들어졌다. 어느 국가든 네트워크 환경에 큰 제약을 받지 않고 카카오웹툰을 즐길 수 있도록 앱을 최적화 했고, 각국 언어 특성에 맞는 폰트와 레이아웃을 설정하는 등 공을 들였다. 국내에 앞서 선출시된 대만과 태국 시장에선 이미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유 센터장은 “누구나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웹툰의 한계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단기적으로는 현재 국내에 출시한 카카오웹툰의 개선점들을 보완하고, 장기적으로는 대만과 태국에 이어 유럽과 북미 지역 등 출시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웹툰은 ‘이래야 한다’는 사고를 벗어나야 글로벌로 나갈 수 있다”며 “더 좋은 서비스 그리고 웹툰 업계를 위해서도 도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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