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을 찾았다. 2018년 이후 3년 만으로, 창설 60주년(6월10일)을 앞두고 국정원 개혁 및 미래 발전 방안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기 위함이다.
작년 국정원법 개정으로 국내 정보 기능이 삭제된 국정원은 방첩·대테러·사이버보안 등에 주력하고 있다.
국정원은 올해 60주년을 맞아 원훈 및 엠블럼도 변경했다. 새 원훈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이다. 기존 원훈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변경된 ‘소리 없는 헌신, 오직 대한민국 수호와 영광을 위하여’였다.
국정원 개혁성과 보고회에서 문 대통령은 “2018년 이곳을 방문했을 때 결코 국정원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나도, 여러분도 그 약속을 지켰다”며 “작년 12월 국정원법 전면 개정 입법을 통해 개혁의 확고한 제도화를 달성했다. 이제 국정원이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국정원은 변화하는 시대를 한발 앞서 준비하고 있다. 세계 10위 경제대국의 위상에 걸맞게 산업경제 정보유출과 해외연계 경제질서 교란을 방첩 개념에 추가했다. 미래의 전장인 사이버, 우주 공간에서의 정보활동은 더 강한 안보를 넘어 대한민국을 선도국가로 앞당겨줄 것이다. 국정원만이 할 수 있고, 더 잘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에서 마음껏 역량을 발휘해주기를 바란다”며 국정원을 격려했다.
실제 최근 국정원의 행보가 과거와 달라졌다는 것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민간 교류 움직임이 눈에 띈다.
국정원은 확보한 사이버 위협 정보를 방산뿐만 아니라 의료 및 주요 대기업과 공유하도록 개선했다. 사이버 위협의 경이 민·관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교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는데, 이를 수용한 것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K-사이버방역’에도 국정원의 역할이 유효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 핵심기술 보안 강화를 위한 노력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국정원은 삼성, SK, LG, 현대차, 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들 대다수가 참여하는 한국산업보안한림원(이하 한림원) 설립을 주도했다. 국가 핵심기술을 가진 기업을 대상으로 해킹 및 산업스파이 활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기업 보안 수준을 높이고 공동 대응하기 위함이다.
올초에는 한림원과 함께 국내 주요 대기업이 가진 산업보안 노하우를 중소기업과 공유하는 세미나도 개최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원격·재택근무가 활성화되는 가운데 주의해야 할 사항과 사내 보안시스템의 효율적 운용, 대기업-중소기업 기술협력 방안 등이 공유됐다.
지난 4월에는 그동안 정보보호산업계의 골칫덩이였던 공통평가기준(CC) 인증도 개선됐다. CC 인증을 신청한 기업들이 개별 확인해야 했던 보안요구사항을 국정원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또 신기술에 대한 기준 마련이 늦어 신기술·산업 발전을 저해한다고 지적받아온 것도 개선했다. 기존 22개 제품에 한정됐던 보안검증 기준은 공통요구사항 2개, 제품별 요구사항 27개 등 총 29개로 확대됐다.
특히 큰 변화는 CC 인증 적체 완화다. 인증 수요기업이 늘어남에 따라 신청부터 인증까지 1년 이상 걸리는 일도 발생했었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정원은 CC 인증 평가에 필요한 시간 및 기간을 대폭 줄이는 개선안을 내놨다. 산업계 현장에서는 여전히 적체 문제가 있다는 불만이 나오지만 점차 개선되고 있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국정원은 반도체, 바이오, 배터리, 5세대(G) 통신 등 첨단 산업기술 인력과 기술을 지키는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날로 고도화·지능화되는 사이버 위협에도 대응해왔다. 세계로부터 정보력을 인정받고 있는 여러분이 자랑스럽다”며 “앞으로도 각 분야에서 최고의 정보력으로 국가 안전과 국익을 수호하는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국정원 청사 내 ‘이름 없는 별’ 조형물도 언급했다. 이름 없는 별은 국정원 업무활동 중 순직한 정보요원을 기리기 위한 조형물이다. 문 대통령이 국정원을 찾았던 2018년에는 18개의 별이 있었으나 최근 19개로 늘었다.
문 대통령은 “그 사이에 별 하나가 더해진 것이 가슴 아프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이름과 직잭조차 남기지 않은 채 오직 국익을 위한 헌신이라는 명예만을 남긴 이름 없는 별들의 헌신에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종현 기자>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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