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삼성전자‧애플 스마트폰 공시지원금을 고객에게 안내할 때, 통신사와 제조사 지원금을 각각 구분해 기재한다면 단말 가격이 좀 더 저렴해질까?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개정을 추진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분리공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지난 1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분리공시제는 향후 원칙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분리공시제가 실시되려면 단통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국회를 설득하는 모습이다.
분리공시를 통해 투명하게 지원금 재원을 공개할 경우, 제조사 지원금 규모만큼 출고가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과방위 수석전문위원도 출고가 인하 경쟁을 꾀할 수 있는 방안으로 봤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기대보다 우려 목소리가 더 크다.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분리공시제를 실시한다고 제조사가 반드시 출고가를 내릴 것인지는 장담할 수 없다. 제조사는 국내에 한정돼 사업을 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 스마트폰을 판매한다. 고객 선호도가 높은 프리미엄 단말을 한국에서만 낮은 출고가로 선보일 수 있을까?
오히려 제조사 지원금을 낮게 책정하고, 대리점‧판매점에 지급하는 장려금을 높여 단말 판매 확대를 유도할 수도 있다. 이용자 지원금은 차별해 지급해서는 안 되지만, 판매장려금은 가능하다.
단말을 구매하는 모든 고객에게 많은 지원금을 동일하게 주는 것보다, 유통망에 판매장려금을 투입하는 편이 비용 대비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판매장려금 일부는 소비자 초과 보조금으로 들어간다. 다시 말해, 불법보조금 양산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다. 이에 통신사조차 ‘시장혼탁’을 이유로 분리공시에 쓴소리를 낸 바 있다.
물론, 유통구조 투명화에 도움을 줄 수는 있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철수가 이뤄진다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 양강체제로 구축될 수밖에 없다. LG전자는 주로 중저가 단말 시장 중심으로 점유율을 확보한 상태다. 이를 삼성전자가 상당수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삼성전자 국내 점유율은 70% 이상 육박한다. 애플은 운영체제(OS)가 다르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 제조사 단말 등 외산폰은 국내 고객 수요가 적은 편이다.
삼성전자 시장 점유율이 커지면서 독점적 지위를 안게 된다면, 단말 가격 상승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를 견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분리공시제가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상혁 위원장은 분리공시제 우려에 대해 알고 있으며,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내놓는다고 했다. 소비자 편익과 유통구조 투명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방책이 나올지 시선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