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는 상황이다. 플랫폼 종속성을 조심해야 한다.” “방송사들은 주파수를 빌려서 사업하는 대신 방송법 규제를 받는 것인데 우리를 같은 틀로 보는 것은 이상하다”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어느 법에 넣어야 할지를 놓고 정부 부처간 이해 상충이 계속되는 가운데, 토종 OTT 사업자들이 이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 공룡의 한국 시장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과거 규제 잣대를 대선 안 된다는 공통된 지적이 나온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9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주요 OTT 사업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는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 양지을 티빙 대표, 박태훈 왓챠 대표, 박대준 쿠팡 신사업부문 대표, 신종수 카카오M 본부장이 참석했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OTT를 전기통신사업법상 특수 부가통신사업자 형태로 정의내리고 있지만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영상진흥기본법(영진법),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방송법에 각각 OTT를 편입시키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 경우 국내 OTT 입장에서는 부처별로 제각기 다른 규제를 받게 되는 꼴이어서 우려가 크다. 또 문체부는 음악 저작권 요율 인상으로 OTT 사업자와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OTT 등 신생 산업에 대한 최소규제 원칙을 천명한 범정부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날 최기영 장관은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자리에서) 규제 개혁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며 “방통위의 역할에 대해서는 제가 말하기가 조심스럽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최 장관은 문체부와 OTT간 저작권 갈등에 대해 “문체부는 저작권자들을 대변해야하는 입장이 있고 과기정통부는 OTT 진흥해야하는 입장이 있어서 서로 잘 협력해야 할 것”이라면서 문체부 장관과 별도 만남을 가질 가능성도 시사했다.
OTT 사업자들은 기대 반 우려 반 입장을 드러냈다. 박대준 쿠팡 대표는 “OTT 산업 활성화 측면에서 발전적인 이야기를 나눴고 정부가 잘 해결해주길 기대한다”면서도 “기존 제도 틀에서 OTT를 방송 관점으로 해석하지 말아달라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방송은 국가가 가진 고유 주파수를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니 그에 따른 의무가 따라가는데 여기(OTT)는 그게 아니지 않나”고 지적했다.
박태훈 왓챠 대표 또한 방송법 편입 관련 염려를 나타냈다. 박 대표는 “영상이라고 하면 다 방송으로 봐야 하는 것인지, 그러면 유튜브도 다 방송일 것이고 21세기에 맞는 (제도가) 필요하다”면서 “OTT는 방송법에 딱 맞아 떨어지지도 않는데 껴넣어서 규제를 하기보다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맞게 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신종수 카카오M 본부장은 “과기정통부가 OTT와 관련해 정부가 어떻게 통합적으로 조정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글로벌 플레이어에 대응해 국내 경쟁력을 육성하자는 측면에서 정책 결정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2021년도 OTT 업계 종합 지원방안’을 통해 ▲세액공제 및 자율등급제 도입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추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지원 및 중소·벤처 육성을 위한 260억원 규모 정책펀드 운영 ▲OTT 특화 기술 개발 ▲제작 시설·설비 지원 ▲해외진출 지원 등의 과제를 제시한 상태다.
최기영 장관은 “세액 공제 범위는 아직 시작 단계여서 기획재정부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사업자들은 국내 OTT가 사실상 적자 구조를 이어가고 있는 점을 들어 세액공제보다는 콘텐츠 투자와 해외 진출 지원 등이 더 필요하다고 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지을 티빙 대표는 “글로벌 진출을 하는 데 우려사항이나 지원받을 수 있는 부분들을 정부에 말씀드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