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정도영기자] 연초 한 게임에서 시작된 '트럭 시위'가 또 다른 게임들로 확산되고 있다. 게임사 운영과 소통 문제가 다시 대두됐고, 일부 이용자는 오랜 불만을 트럭으로 표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게임 이용이 증가하면서 게임사 매출은 늘었고, 이용자의 게임에 대한 애정도 깊어졌지만 게이머와 게임사 모두 웃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용자 요구를 십분 공감하면서도 게임 근간을 흔드는 과도한 요구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게임 산업이 발전하면서 게임사 서비스 수준과 게이머 기대 수준이 충돌하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지난 11일 넷마블 '페이트/그랜드 오더' 이용자들이 결집, 모금해 시작된 트럭 시위가 엔씨소프트 '프로야구 H2'와 넥슨 '마비노기', '바람의나라: 연' 등으로 번졌다. 빅3 게임사가 서비스하는 게임들이 타깃이 됐다. 현재는 이외 게임사 게임에서도 트럭 시위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트럭 시위는 각 게임사 사옥 부근에서 진행 중이다.
이용자 불만은 게임마다 조금씩 다르다. 페이트/그랜드 오더는 연초 시작한 '스타트 대시 캠페인' 중단으로, 프로야구 H2는 특화훈련 미적용 오류 등이 발단이 됐다. 소통 부재, 뒤늦은 대응 등 운영에서 발생된 여러 문제도 함께 불거졌다.
트럭 전광판 문구 중 눈에 띄는 건 '쇼통보다는 소통을 원한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약속을 원한다', '이용자는 소비자이자 고객이다' 등이다. 게임마다의 요구 사항을 내거는 동시에 게임사가 바라보는 이용자에 대한 시각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다.
이에 해당 게임사들은 사과문을 발표해 이용자 간담회를 약속하거나 서비스 개선에 노력하겠다는 입장과 개선 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약속에도 불구하고 트럭 시위는 멈추지 않고 있다. 향후 추가적인 대처가 필요할 것으로 보여진다.
업계에서는 이용자 요구를 이해하지만, 모든 요구를 게임사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용자들이 게임사에게 소비자로서 게임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며 "이용자 요구 중 개선이 가능한 적정 부분은 수용할 수 있지만, 큰 범위에서 봤을 때 게임사가 가진 권한 등에 대한 개선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게임사 관료화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지난 28일 열린 한국게임학회 신년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게임 산업 자체의 규모가 커지면서 메이저 게임사들이 대기업화된 것"이라며 "서비스 조직이 과거처럼 대단히 충성도가 높은 직원들이 하는 것이 아닌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 수준, 즉 필요한 업무 수준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임 서비스 질은 떨어지고, 게이머의 기대 수준이 높아지면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어 그는 "트럭 시위는 대단히 온건한 의사 표현 방식이다. 향후에도 빈번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소비자인 게이머가 그 게임에 대한 관심이 없으면 게임을 하지 않는다. 마케팅에서 중요한 것은 클레임을 하는 소비자는 고마운 유저, 조용히 사라지는 소비자는 무서운 유저로 분류된다. 게임사들이 이용자들의 불만을 수용하고, 어떻게 그들과 소통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