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조 바이든 제46대 미국 대통령<사진>이 20일(현지시각) 정식 취임했다. ‘바이든 시대’가 본격화됨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남긴 흔적들을 지워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각을 세웠단 정보기술(IT) 업계의 기대가 크다.
◆대선에서 바이든 손 들어준 美 IT 기업들=미국 IT 기업의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은 지난 대선 당시 기업들의 기부에서 엿볼 수 있다. 미국의 비영리조직인 책임정치센터(CRP, Center for responsive politics)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통신/전자 부문서 1억2964만달러를 기부·투자받았는데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78만달러의 6배 이상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지난해 뉴욕증시에 상장한 아사나(Asana)다. 협업 소프트웨어(SW) 기업인 아사나는 2020년 미국 대선 당시 바이든 대통령에 4895만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원했다. 단일 기여자로는 9460만달러를 기부한 블룸버그에 이은 두 번째다.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을 비롯해 페이스북, 넷플릭스,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기업도 바이든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통상 미국 실리콘밸리가 민주당 지지 성향을 띄는 것은 사실이지만 민주, 공화 이전에 ‘트럼프는 안 된다’는 비판의식이 주를 이뤘다는 것이 외신의 평가다.
◆‘미국을 미국으로’··· 바이든판 ‘비정상의 정상화’=트럼프 전 대통령과 미국 IT 기업의 관계를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예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아마존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판적인 논조를 취해온 언론사 워싱턴포스트의 사주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임기 내내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절정에 달한 것은 2019년 10년간 10억달러가 투입되는 미국 국방부 제다이(JEDI, 합동방어인프라)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사업 입찰이다. 당초 AWS가 유리한 고지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업 재검토를 지시하며 MS가 대항마로 급부상했고, 최종적으로 MS가 사업을 따냈다.
이에 대해 아마존은 “대통령이 한 기업과 그 기업의 지도자를 경멸한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가운데 국방부를 포함해 그 어떤 정부기관이라도 보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결정을 내리기가 대단히 어려웠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치적 개입을 했다는 주장이다.
MS라고 해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가진 것은 아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에게 개인정보 유출 논란이 발생한 짧은 동영상 애플리케이션(앱) ‘틱톡’을 미국 기업에 매각하라는 행정명령을 했다.
당시 MS가 틱톡 인수 의사를 밝힌 뒤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면담까지 가졌으나 뒤늦게 인수전에 참여한 오라클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며 급물쌀을 탔다. 오라클의 래리 앨리슨 CEO는 IT 업계에 드문 ‘친 트럼프’ 인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개인적인 친밀감으로 오라클을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조스 아마존 CEO는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인스타그램을 통해 “통합과 공감, 품위는 더 이상 한물 간 옛날 얘기가 아니다”라며 “기록적인 투표를 통해 우리의 민주주의가 강하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축하 인사를 전했다.
예상하기 어려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보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던 IT 업계는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섬에 따라 납득하기 어려웠던 IT 정책들이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행정명령한 전문직 취업비자(H-1B) 프로그램 심사 강화 등이 대표적 예다.
◆180도 바뀌지는 않는다··· IT 공룡·중국 견제 유지될 것=바이든 대통령을 응원한 IT 기업이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거대 IT 기업에 대한 규제를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미국 민주당은 아마존과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 거대 IT 기업을 독점 기업으로 규정한 보고서를 채택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 보고서를 수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장 지배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는 IT 기업들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인터넷 기업의 책임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통신품위법 230조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 법은 인터넷 기업이 온라인에 게재되는 허위 또는 명예훼손 게시물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법이 폐지되면 페이스북, 구글 등은 자사 플랫폼에 게재되는 콘텐츠에 대한 관리 책임을 가지게 된다. 국내서 지난해 통과된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일명 n번방 방지법)과 유사하다.
중국 기업에 대한 견제는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어진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다만 그 접근법은 다소 바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개인정보 유출 논란에서 시작된 틱톡 논란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틱톡 매각 명령은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 미국 법원도 트럼프 행정부의 틱톡 퇴출에 제동을 걸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이와 같은 파격 행보보다는 납득 가능한, 공감대를 얻는 견제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연말 발생한 대규모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응을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같은 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공격을 주도한 이들에게 대가를 부과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 중국이 러시아, 이란, 북한과 함께 주요 사이버공격 위협국가로 지목되는 만큼 이를 명분으로 한 제재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중국 기업은 ‘국가정보법’, ‘반간첩법’, ‘반테러법’ 등에 의해 중국 정부가 요구할 경우 기업의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꼬집으며 중국 IT 기업이 개인정보를 유출한다고 비판하면 중국 기업으로서는 이를 해소하기 어렵다.
WSJ는 최근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내비친 뒤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가 중단된 것이 중국 기업의 리스크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앤트그룹은 350억달러 규모로 세계 최대 규모의 IPO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