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재무관리 전반에 관한 실용적인 가이드와 정보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기획된 EBS의 ‘머니톡’이 민간 보험사의 고객 정보 수집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정필모 의원(더불어민주당)은 EBS ‘머니톡’을 비롯한 시청자 참여형 경제 프로그램이 실제로는 보험 등 금융사 영업수단의 목적으로 기획·제작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정 의원이 EBS로부터 제출받은 ‘머니톡’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고 있는 재무전문가로 4명 모두 프로그램 협찬사인 ‘키움에셋플래너’ 소속의 FA(재무설계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EBS가 제출한 ‘머니톡’ 전문가 리스트와 프로필에 따르면 고정 패널 4명은 방송 프로그램에 다수 출연한 재무전문가들이다. ‘머니톡’ 출연자 소개란에는 ▲머니 메이커 ▲머니 마스터 ▲머니 플래너 ▲머니 디랙터 등으로 소개돼 있다. 이들의 역할은 방송에서 출연자의 보험상품에 대해 평가하고, 새로운 상품을 소개하는 것이다.
결국, 해당 금융사는 자신들의 영업을 위해 공영방송에 경제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방송에는 자사 소속 재무설계사를 출연시켰다. 방송을 통해 확보한 시청자 정보로 또 다시 자신들의 보험 영업 등에 활용한 것이다.
지난 4월 첫 방송을 시작한 이 프로그램이 9월까지 재무상담신청자는 2만1343명에 달했다. 전화상담신청 1만4980명, 온라인상담신청 6362명이다. 이 중 50~80대 중장년층 신청자가 여성 9925명(46.5%), 남성 2472명(11.6%)로 전체 58%를 차지했다.
키움에셋플레너는 방송을 통해 확보한 고객 DB를 회사 소속 보험설계사들에게 공급하며 매월 1030개 DB제공, DB를 한 재적인당 생산성 95~119만원 등으로 소개하고 있다. 즉, EBS 상담신청자의 개인정보를 기업DB로 관리하고 있으며, 이를 영업담당자에게 제공해 보험 판매에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행위로 인해 ‘머니톡’ 게시판에는 보험판매에 대한 불만 제기의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한 시청자는 게시판을 통해 “결론은 기존보험 싹 해지하고 키움에서 요구하는 보험으로 갈아타라” “일반시민들이 컨설턴트 받으려고 하니 결국 또 다른 보험회사 배만 불려주는 꼴”이라며 방송을 비판했다.
정필모 의원 “교육방송이 주는 신뢰감 때문에 EBS를 믿고 상담 신청을 한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피해자가 된 상황”이라며 “방송편성에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방송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특정 보험사 관계자가 방송해 출연하고, 기업이 개인정보를 무단 이용해 자사 상품을 판매·유도하는 행위는 방송광고심의규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키움에셋플래너 홈페이지에는 EBS ‘머니톡’ 뿐만 아니라 지역민영 지상파방송, 경제전문채널, 종합편성채널 등 8개 방송사에 프로그램 제휴를 맺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