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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소송 2연승…승패 원인은?

- LG화학, 美 ITC 예비판결 이어 韓 소송 ‘승기’…업계, “SK이노베이션, 내부 단속 치중 패착”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소송 승부의 추가 기울고 있다. LG화학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예비판결에 이어 한국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양사 희비는 전략에서 갈렸다는 평가다. LG화학은 법적 싸움에 무게를 뒀다. SK이노베이션은 여론에 기댔다. 경험의 차이도 만만치 않았다. SK이노베이션은 내부 단속이 빌미가 돼 미국 소송이 불리해졌다. LG화학은 합의의 문을 열어뒀다. SK이노베이션은 명분을 찾는 중이다.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63-3부는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에게 제기한 ‘미국 ITC 특허침해 관련 소송 취하 및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제소가 정당한 권리행사가 아닌 지난해 LG화학으로부터 제소당한 미국 영업비밀침해소송과 특허침해소송에 대한 국면전환을 노리고 무리하게 이뤄진 억지 주장이었음이 명백히 확인됐다”라며 “당시 협상과정에 관한 SK이노베이션 주장이 허위이거나 왜곡됐다는 점이 분명히 밝혀졌다”라고 평가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쟁송의 대상이 된 지난 2014년 맺은 양사간 부제소합의는 세라믹코팅분리막 특허에 대해 국내외에서 10년간 쟁송을 하지 않겠다는 합의였다”라며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국내에 한정해 부제소하는 합의, 그것도 소송을 먼저 제기한 LG측의 패소 직전 요청에 의한 합의에 응할 이유가 없었으며, 이는 양사 합의의 목적도 아니었다”라고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항소키로 했다.

◆LG화학 직원, SK이노베이션 대량 이직 발단…LG화학, 작년 4월 소송전 시작=양사 갈등은 LG화학 직원의 SK이노베이션 대량 이직으로 불거졌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영업비밀과 기술을 빼가려고 직원을 채갔다고 여겼다. SK이노베이션은 직업선택의 자유라고 맞섰다.

소송은 LG화학이 시작했다. LG화학은 2019년 4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작년 5월에는 SK이노베이션과 인사담당 직원 등을 ‘산업기술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SK이노베이션은 ‘국익 프레임’으로 대응했다.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소송전을 펼치는 것은 국익에 해를 끼친다’는 논리를 폈다. 또 ‘소송보다 선의의 경쟁으로 산업 생태계를 키워 시장 확대에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지적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진행했던 소송 때 승기를 잡았지만 합의를 해줬다며 적반하장이라고 분개했다.

SK이노베이션은 작년 6월 국내 법원에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8월에는 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LG화학과 LG전자를 특허침해혐의로 제소했다. 국민경제와 산업 생태계를 위해 소송을 원치 않았다는 입장은 유지했다.

LG화학, '법적 논리' vs SK이노베이션, '국익 프레임'=LG화학은 지난해 9월 ITC와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특허침해혐의로 고소했다. 4월 영업비밀침해와 별개다. SK이노베이션이 특허침해소송을 내 맞대응 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10월 국내 소송으로 맞대응에 맞대응했다. 이번에 패소한 국내 소송이 이 10월 소송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 소송을 내며 LG 권영수 부회장을 소환했다. LG화학이 작년 9월 침해를 주장한 특허가 ‘2014년 양사 합의로 문제 삼지 않기로 한 특허’라고 비판했다. 당시 합의문에 사인을 한 LG 권영수 부회장 책임론을 제기했다. 합의문 원본을 언론에 공개했다. LG화학은 ‘법적으로 다툴 사안을 여론전으로 몰고간다’고 반박했다.

SK이노베이션의 전략은 법원보다 법원 밖을 겨냥했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실제 정부가 두 회사 대화 해결을 촉구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까지 여론이 내주지는 않는다. 기업간 소송은 여론의 향배와 다르다. 특히 특허소송은 그렇다. SK이노베이션의 실기는 미국에서 두드러졌다.

ITC는 지난 2월 LG화학이 작년 4월 제기한 SK이노베이션 영업비밀침해 소송에 대해 SK이노베이션 ‘조기패소’ 예비결정을 내렸다. SK이노베이션 조사 방해를 이유로 꼽았다.

◆SK이노베이션 경험부족, ITC ‘조기패소’ 예비판결 유발=ITC 조사는 양사가 서로에게 서로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자료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에 자료를 제대로 주지 않았다. 소송 경험이 부족한 업체가 주로 하는 실수다. ITC는 “증거보존의무가 있는 상황에서도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관련한 문서 상당량을 고의적으로 삭제하거나 삭제 대상으로 삼았다”라며 “SK이노베이션이 문서를 삭제해 완전한 사실관계 자료 확보 자체를 방해했다”고 강조했다.

이 결론은 현재 재검토 단계다. 통상적 절차다. ITC는 예비결정 재검토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적이 없다. 뒤집힌 사례도 없다. 최종 판결은 10월5일(현지시각) 예정이다. ITC 최종판결은 60일 이내 미국 대통령 재가로 확정된다. 이대로 굳어지면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등은 미국 수입이 금지된다.

올해 들어서 SK이노베이션은 소송 관련 말을 아끼고 있다. 1분기와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언급하는데 그쳤다. LG화학은 여유가 생겼다. 협상 테이블로 나오라고 압박했다. 대신 “객관적 근거를 토대로 주주와 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을 요구했다. 지난 7월에는 검찰에 SK이노베이션을 고소했다. 압박 강도를 올렸다.

특허소송은 거의 윤곽이 드러나면 협상으로 마무리한다. 삼성전자와 애플도 애플과 퀄컴도 그랬다. 통상 비공개지만 우위에 있던 업체에 유리한 조건이다.

◆특허소송, 협상 종료 일반적…책임론 등 후폭풍 불가피=업계는 SK이노베이션의 선택지가 많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끝까지 가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 협상에 나서기엔 지금까지 소송 전략을 주도한 경영진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다.

일단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퇴로를 찾고 있음을 드러냈다. 올해 들어 처음 공식적으로 밝힌 협력 의사다. 단서를 달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산업 및 양사의 발전을 위해 협력해 나갈 것을 희망한다”고 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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