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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웃으면 나도 좋아"…물고 물리는 반도체 '1위'들

- 삼성·인텔·TSMC·퀄컴, 잇따라 실적 발표…역학관계 '명확'

[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반도체 공룡들이 2분기 성적표를 공개했다.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한 가운데, 업체별 희비가 엇갈렸다. 각 분야 1위 삼성전자(메모리), 인텔(CPU), TSMC(파운드리), 퀄컴(AP) 등의 역학관계는 명확했다. 이들 업체는 서로 간 경쟁자이자 동반자다. 상대의 선전이 달갑지 않으면서도, 마냥 부진하기를 바랄 수 없다는 의미다.

◆서버 살아나자 웃은 삼성전자·인텔=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선두주자 삼성전자는 2분기 반도체 부문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8조2300억원, 5조4300억원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은 전기대비 3% 전년동기대비 13% 상승했다. 영업이익은 전기대비 36% 전년동기대비 60% 늘었다.

외관상으로는 호성적을 거뒀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사업별 차이가 있다. 이는 코로나19가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쳤는지 나타낸다.

메모리의 경우 비대면(언택트) 생활 확산으로 서버, PC 수요가 늘면서 모바일 부진을 상쇄했다. 전자는 인텔, 후자는 퀄컴과 연동된다. 인텔은 CPU 강자다. 서버용과 PC용에서 각각 시장점유율 95%,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기간 인텔의 실적은 당연히 좋았다. 인텔은 2분기 매출액 197억달러달러(약 23조6991억원) 영업이익 57억달러(약 6조8571억원)를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액 20% 영업이익 23% 증가했다.

특히 데이터센터그룹(DCG)은 71억달러 매출을 달성, 지난해 2분기보다 43% 늘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데이터센터 고객사들의 서버 증설에 따른 CPU 및 구매 확대 덕분이다. 반도체 분야 1~2위를 다투는 인텔과 삼성전자가 함께 웃은 이유다.

◆모바일 부진에 퀄컴 ‘울고’ TSMC ‘멀쩡’=반면 모바일에 편중된 퀄컴은 직격탄을 맞았다. 퀄컴은 회계연도 2020년 3분기(4~6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48억9300만달러(약 5조7632억원), 7억8200만달러(약 9314억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년동기대비 각각 매출액은 49.2% 영업이익은 85.3% 하락했다.

퀄컴은 스냅드래곤 칩셋과 라이센스 비용이 주요 매출처다. 칩셋 판매는 1억3000만개로 전년동기대비 16.7% 하락했다. 실적이 급감한 것에 비하면 양호한 수치다. 대신 라이센스 매출액이 전년동기대비 82.0% 줄었다. 라이센스 매출은 칩셋 구매비와 별도로 대당 일정 비율을 퀄컴이 받는 구조다.

가령 삼성전자가 스냅드래곤865를 탑재한 갤럭시S20을 팔면, 퀄컴은 AP 판매비와 라이센스 비용을 받는다. 즉, 고객사에서 스마트폰 초도물량 생산을 위해 AP를 확보했지만, 완제품이 팔리지 않으면서 라이센스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CMOS 이미지센서(CIS),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등을 만드는 삼성전자의 시스템LSI 사업부가 부진한 것도 동일한 맥락이다. 삼성 메모리도 같은 요인이 적용됐어야 했지만, 서버 수요 급증이 이를 막았다.

퀄컴을 보면 TSMC 실적을 유추할 수 있다. 양호한 칩셋 판매량은 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업체의 수주 물량도 준수했음을 내포한다. TSMC의 2분기 매출은 3107억대만달러(약 12조6206억원)를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28.9% 상승했다. 순이익은 같은 기간 81% 증가한 1208억 대만달러(약 4조9069억원)다.

TSMC는 애플, AMD, 엔비디아 등도 고객사로 두고 있다. 퀄컴과 애플 물량이 소폭 줄었겠지만, CPU·GPU 주력인 AMD와 엔비디아의 선전은 이를 메우고도 남았다. AMD는 2분기 영업이익 전년동기대비 195% 늘었고, 엔비디아는 인텔을 제치고 반도체 업계 시총 1위로 올라설 정도로 상승세다.

◆서버와 모바일 수요 ‘반비례’ 예상=하반기는 분위기가 사뭇 다를 전망이다. 서버 시장을 보면, 상반기 재고를 쌓은 고객사들이 하반기에는 소극적 구매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하반기 서버 수요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는 CPU, 메모리 등을 양산하는 인텔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모바일은 글로벌 기업의 플래그십 신모델 출시가 긍정 요소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20’ ‘갤럭시Z폴드2’, 애플은은 ‘아이폰12’ 등을 내놓는다. 오프라인 매장이 영업을 일부 재개했고, 온라인 구매 활성화는 상반기와 다른 점이다. 퀄컴을 비롯한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시장 반등에 대한 기대가 크다. 5세대(5G) 이동통신 확대도 낙관론에 힘을 보탠다.

TSMC는 이러나저러나 호재다. 퀄컴, 애플이 살아나면 매출 상승은 당연한 수순이다. 고객사가 다양한 TSMC는 꾸준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종합반도체 회사(IDM)인 인텔, 삼성전자보다 더 안정감을 보인다.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TSMC의 질주는 달라진 반도체 업계 트렌드를 보여준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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