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네이버, 카카오는 통신3사를 모두 사고도 남을 정도다. 그런데, 이들은 통신사가 주파수 할당대가로 지불한 연구개발(R&D) 수혜까지 받는다.”
역대 최대 규모 주파수 재할당을 앞둔 가운데, 대가 부담을 호소하는 통신3사가 자조 섞인 목소리를 냈다.
통신3사는 코로나19 위기동참과 디지털뉴딜 정부정책에 응답해 매출 정체 속에서도 5G 투자확대, 온라인개학 데이터 무과금, 유통업계 상생대책 등을 줄줄이 내놓은 만큼, 주파수 재할당대가는 합리적으로 완화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내년 이용기간이 종료되는 2G‧3G‧4G 주파수 310MHz를 기존 이용자 통신사에게 재할당한다. 역대 최대 규모 재할당으로, 많게는 3조원 이상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에 통신업계는 과거 낙찰가를 반영하지 말고, 예상매출액 최대 3% 내에서 책정해 총 1조7000억원 이하로 할당대가를 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신업계는 과거 영광을 뒤로 하고 정체 상태를 답보하고 있다. 한국통신, SK텔레콤, 한통프리텔, 하나로통신 등이 통신시장에서 활약하던 1999년말 통신업계 시가총액으 154조원이 넘었다. 하지만, 2020년 7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총 28조8000억원에 불과하다. SK하이닉스까지 SK텔레콤 내 포함됐지만, 30조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네이버 시가총액은 49조1000억원, 카카오는 31조2000억원에 달한다. 엔씨소프트는 20조7000억원으로 1위 통신사 SK텔레콤 17조4000억원보다 높다.
통신3사가 내놓은 주파수 할당대가는 방송통신발전기금과 정보통신진흥기금으로 편입돼, 방송 콘텐츠와 ICT 지원에 활용된다. 이는 대형포털을 포함한 콘텐츠제공사업자(CP) R&D 기금으로도 사용된다는 설명이다.
김희규 SK텔레콤 정책개발실 기술정책팀 리더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통신3사를 다 살 수 있는 상황”이라며 “통신3사는 수조원대 주파수 할당대가와 R&D 기금을 내고 있는데, 이들 기업은 그러한 기금을 내지 않고 있다. R&D 부담은 통신사가 지면서, 실질적인 수혜는 (시가총액 가치가 통신3사보다 큰) 그런 기업들이 받고 있어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통신3사 매출은 정체하고, 영업이익률은 하락하고, 5G 신규 투자는 늘었다. 통신3사 무선 매출액은 2014년 25조원에서 2019년 22조원으로 8% 줄었고, 영업이익률은 2010년 12.3%에서 2019년 4.7%로 절반 이상 크게 하락했다. 반면, 5G 상용화로 인해 투자비는 지난해 역대최고인 8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과 대표적인 수익성 평가지표인 EBITDA 마진은 최저 수준인 33%다. 캐나다, 홍콩, 스페인, 인도 등 48개 국가 중 한국보다 낮은 곳은 페루뿐이다.
권휴권 KT 정책협력담당 무선정책팀장은 “앞으로도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다. 들어오는 돈은 한정돼 있는데, 할당대가를 높여 나가는 돈이 많아진다면 조기에 5G 서비스를 (온전히) 받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영풍 LG유플러스 CRO 공정경쟁담당 정책협력팀장은 “통신시장 포화, 성장정체, 통신비 인하, 5G 도입에 따른 투자비 증가 등 신규 5G 투자 여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재할당대가마저 높게 산정된다면, 5G 투자 여력 상실, 소비자요금 상승, 이용자 편익 저해 및 더 나아가 디지털뉴딜 핵심인 5G 구축 지연으로 이어져 정보통신기술(ICT) 부문 경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