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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반도체육성1년③] 韓 ‘아픈손가락’ 팹리스, 한 걸음 내디뎠다

- 달라진 분위기에 팹리스 업계 반색…“꾸준한 관심과 지원 필요”

[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우리나라는 ‘반도체 강국’이다. 하지만 메모리반도체 의존도가 높다. 시스템반도체는 세계 점유율 1% 내외에 불과하다. 2019년 4월 정부와 기업은 시스템반도체 육성을 본격화했다. 시스템반도체를 차세대 먹거리로 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한국 시스템반도체 지난 1년 성과와 보완책을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장악, 우리나라는 ‘반도체 코리아’로 거듭났다. 반면 시스템반도체 분야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설계(팹리스)의 경우 미국은 물론 중국에도 밀리는 분위기다. 국내 반도체의 아픈손가락이다.

◆팹리스 육성 본격화…자금 지원↑=정부는 지난해부터 ‘팹리스 키우기’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위탁생산(파운드리) 세계 1위, 팹리스 시장점유율 10%를 달성해 종합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 팹리스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2% 내외에 그친다.

올해 정부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산업통상자원부 예산(1096억원)을 포함, 2714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2019년(881억원)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팹리스를 지원하기 위해 300억원 이상의 신규 연구개발(R&D) 과제를 선정하기도 했다.

삼상전자, SK하이닉스,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등은 1000억원 규모 시스템반도체상생펀드를 조성했다. 각각 500억원, 300억원, 200억원 출자했다. 투자 대상은 중소·중견 팹리스 기업들이다. 이들 업체의 R&D, 인수합병(M&A), 마케팅, 해외진출 등을 돕는다.

자금 지원 외 다른 방식으로도 팹리스 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산업·금융 전문가로 구성된 시스템반도체상생협의회를 운영해 유명기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시장정보제공, 국내외 업계 간 연계 등에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지원도 한 예다. MPW는 웨이퍼 위에 여러 반도체를 찍어내는 것이다. 파운드리와 팹리스가 계약 전 시제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제도다. 파운드리는 고객사 확보, 팹리스는 양산 전 제품 테스트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정부는 내년까지 예산을 연간 20억원 배정할 방침이다.

◆성과 내는 팹리스 1세대=효과는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텔레칩스, 넥스트칩, 어보브반도체 등은 시장의 주목을 받으면서 성장하고 있다. 지난 6일 일본 메이저 완성차업체는 넥스트칩의 ‘아파치4’를 채택했다. 아파치4는 컴퓨터 비전 알고리즘 기반 엣지 프로세서로 사람, 차량 등의 인식 및 검출을 지원해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에 적합하다. 그동안 공들여온 제품이 성과를 낸 것이다.

텔레칩스는 정부의 지능형 반도체 정책에 수혜를 봤다. 이 회사는 통신 관련 애플리케이션 제품에 핵심 칩과 솔루션을 개발한다. 특히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분야에 강점이 있어, 여러 자동차 제조사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팹리스 1세대인 넥스트칩과 텔레칩스는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양사는 각각 엣지, 모바일 분야를 총괄하는 업체로 선정됐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달라지는 분위기를 반색하면서도,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강조했다. 팹리스 업체 관계자는 “확실히 국내 팹리스들이 지원을 받으면서 R&D에 집중할 여력이 생기고 있다. 1~2년 만에 엄청난 결과를 만들기는 어렵겠지만 이 흐름이 이어진다면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지원 정책 및 방향 등이 팹리스 업체에 맞지 않은 부분이 있다. 보여주기식 지원보다는 진짜 필요한 점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반도체 설계는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꾸준한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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