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유료방송 채널개편 개선방안이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유료방송사업자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간 협상 주도권이 걸린 문제이다 보니 유불리 싸움이 만만치 않은 탓이다.
원래 오는 4월에 구체적인 안을 내놓을 예정이었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난색을 드러내고 있다. 사업자 의견 수렴을 계속하면서 조율을 끌어내겠다는 방침이지만 당장 개편안 확정은 어려울 전망이다.
30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유료방송사업자의 채널개편 가능횟수를 기존 연 1회에서 연 2회로 조건부 확대하는 내용의 행정지침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3일까지 1차 사업자 의견 수렴을 진행했으나 PP들의 반발이 커지며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과기정통부 방송산업정책과 관계자는 “사업자 의견은 계속 수렴 중이며 현재 일부 사업자를 제외한 대다수 PP가 정부 개선안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면서 “일단 이들의 우려 사항을 충분히 검토하고 해소한 다음 세부적인 안을 확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PTV와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업계는 채널 편성에 대한 자율권을 강조하면서 현행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채널을 사용하는 PP들은 채널이 자주 바뀌게 되면 경쟁력이 줄어들고 시청자 불편이 가중돼 혼란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 근본적으로는 IPTV와 홈쇼핑 간 송출 수수료 협상 문제가 직결돼 있다. 이들이 매년 채널 번호·송출 수수료를 놓고 벌이는 협상에서 서로 간 무게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특히 홈쇼핑 업체들은 안 그래도 협상력 우위에 있는 IPTV가 채널개편을 무기로 삼아 송출 수수료를 인상할 수 있다고 강하게 우려한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몇 가지 조건을 내건 상황이다. 채널개편 횟수를 2회로 늘리되 두 번째 개편 시에는 전체 운용 채널의 15% 이하만 채널 변경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하나의 채널에 대해서는 연 1회 이상 변경하지 못하도록 하는 단서 조항도 추가했다. 최소한 상·하반기 채널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유료방송업계는 이 같은 단서를 통해 잦은 채널 변경 등 우려가 충분히 해소될 수 있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채널 번호나 홈쇼핑 송출 수수료는 어디까지나 시장 자율에 따른 경쟁에 맡겨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면서 “오히려 채널개편 횟수를 확대해 중소 PP들에도 계약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PP업계는 불완전한 대책이라고 꼬집는다. 통상 유료방송은 정기개편 때도 전체 채널의 약 5분의1에 대해서만 변경하기 때문에 두 번째 개편 시 15% 이하 채널만 바꾸도록 제한 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또 이 같은 단서에도 불구, 유료방송사의 협상력 우위라는 근본 문제는 해결치 못한다고 말한다.
PP업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유료방송사가 PP와 계약을 진행하다가 갈등이 생길 경우 2회차 개편을 명분으로 일부러 계약을 지연시키는 꼼수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면서“PP 사업자 입장에서는 원래 1년간 보장받던 사업권이 반년으로 쪼개지는 것이고, 결국 불공정한 계약 관행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소속 PP협의회는 지난 18일 유료방송 채널 정기개편 개선방안 관련 정책 건의서를 과기정통부에 전달하고, 영세한 PP 사업자 보호 및 안정적인 콘텐츠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일관성 있는 정책 반영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