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그간 ‘저가폰’으로 인식돼온 알뜰폰이 대용량·무제한 LTE·5G 요금제를 속속 출시하면서 활력을 얻고 있다. 지난해 통신사들의 5G 마케팅에 밀려 가입자가 대거 유출됐던 알뜰폰 시장이 올해 들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29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알뜰폰 가입자 이탈은 갈수록 심해지는 추세다. 작년 한 해 알뜰폰에서 통신3사로 이동한 이용자는 70만5090명으로 전년(68만2352명)보다 늘었다. 반대로 통신3사에서 알뜰폰으로 이동한 이용자는 42만8561명에 그쳤다. 특히, 통신사들의 5G 마케팅 경쟁이 심해지며 대규모 가입자 이동이 빈번했다.
이에 알뜰폰 업체들은 최근 150GB 이상 대용량 데이터를 제공하는 LTE 요금제를 출시, 신규 가입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KB국민은행 알뜰폰 ‘리브엠’을 시작으로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5G 요금제도 잇달아 나오는 상황이다.
KT엠모바일은 지난해 기준 가입자가 많은 20개 상위 요금제 가운데 데이터 대용량·무제한 요금제가 약 35%를 차지한다. 데이터를 많이 쓰는 이용고객이 일반 통신사뿐만 아니라 알뜰폰에도 흡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무제한 요금제 3종의 평균 데이터사용량도 22GB로 통신사 고객과 비슷한 수준이다.
올 초 LG유플러스 망을 통해 알뜰폰 서비스를 개시한 LG헬로비전 역시 무제한 요금제(‘더 착한 데이터 유심 11GB’ 기준) 비중이 전체의 약 19%로 타 요금제 대비 높은 편이다. 하루 5GB 데이터 제공으로 사실상 150GB를 매달 제공하는 요금제(‘데이터 걱정 없는 유심 일5GB’)는 지난 22일 출시 이후 약 일주일 만에 7% 비중을 차지했다.
가장 공격적인 마케팅을 꾀하고 있는 리브엠은 전체 가입자의 93% 이상이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LTE·5G 요금제를 선택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 중에서도 LTE 요금제 가입자가 절반 이상으로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은행은 내달 말까지 가입 시 12개월간 LTE 무제한 요금제를 반값 할인하는 파격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기존 알뜰폰은 대용량 또는 무제한 요금제를 쉽게 출시할 수 없었다. 높은 도매대가 탓이다. 통신사 망을 빌리는 알뜰폰 사업자가 지불해야 하는 도매대가가 비쌀수록 좋은 요금제를 저렴한 가격에 내놓기 힘들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LTE 무제한 요금 도매대가를 50%, 100GB 이상 대용량 요금 도매대가를 62.5%로 기존보다 낮게 설계하면서 활로가 열렸다.
5G 요금제의 경우 아직 LTE만큼 가입자를 유도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전언이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알뜰폰 사업자들이 주로 1만원 이하 저가·저용량 요금제에 치중했다면, 이제 대용량·무제한 LTE 요금제가 트렌드가 되고 있다”면서 “5G 요금제는 저가 단말 출시와 도매대가 인하 등 숙제가 남아 있고, 현재로선 LTE 요금제 경쟁을 통해 시장 활성화가 기대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