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국회가 유료방송 합산규제 논의에 착수한 가운데 규제 재도입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22일 오전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합산규제에 관한 전문가 의견을 청취한다. 이날 소위에는 규제 재도입을 찬성 진영과 반대진영 전문가들이 과방위원들에게 주장을 펼친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미디어 시장의 독과점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특정 유료방송(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사업자가 특수 관계자인 타 유료방송 사업자를 합산해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 3분의 1을 넘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점유율 규제를 받지 않는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를 가진 KT 때문에 생겨났다. 2015년 합산규제 법안이 3년 일몰 조건으로 국회를 통과했고 지난해 6월 일몰됐다.
현재 규제 재도입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지난해 제도 재연장 등에 대한 한차례의 논의 없이 일몰 됐기 때문이다. 유료방송 경쟁상황을 감안할 때 자동일몰로 단순히 끝날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과방위원들이 대폭 교체되며 국회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후 몇몇 위원들이 합산규제 재도입 법안들을 발의하며 논의가 다시 본격화되고 있다.
사업자간에는 규제 재도입에 대한 반대 입장만 뚜렷하다
KT는 유료방송 대형 M&A가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자칫 외연확장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 M&A가 아니더라도 이제 가입자 규모가 3분의 1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자칫 KT만 가입자 유치를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규제를 재도입해야 한다는 진영에서는 묘한 온도차가 존재한다. 일단 표면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는 곳은 케이블TV 업계다. 하지만 케이블TV 내에서도 입장이 제각각이다. 대표적으로 매각에 집중하는 딜라이브는 합산규제가 다시 도입되면 불리하다. KT스카이라이프와 M&A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는데 규제가 다시 도입되면 M&A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간다. 당장 1위인 CJ헬로도 LG유플러스와 M&A 논의가 진행 중이다. 나머지 사업자들도 잠재적 매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개별 사업자가 점유율 규제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는 모습은 찾을 수 없다.
SK텔레콤, LG유플러스는 일단은 '중립'이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 하현회 LG유플러스 대표는 21일 있었던 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서 뚜렷한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았다. 두 기업은 M&A를 해도 점유율 33%에 미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국회 입법 과정에 사업자가 강하게 발언하지 못하지만 '시장'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반대쪽에 가깝다는 것이 전체적인 분석이다.
정부 역시 규제 재도입에 반대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합산규제 일몰에 대해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도 신년 인사회에서 "국회에서 합산규제를 논의하고 있지만, 공정거래위원장도 말했듯 세계적 추세로 봤을 때 (점유율 제한 폐지를)허용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말했다.
국회 방향은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당 차원에서의 방향성 문제는 아니다. 각 개개인의 철학이 결정할 문제다. 이날 소위에서 과방위의 합일된 의견이 나올지 추후 논의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규제 재도입 의견이 좀 더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관계자는 “규제가 사라질 경우 자칫 콘텐츠 경쟁이 가입자 유치 경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시각과 시장재편을 통한 기회를 상실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며 “방송 전체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쉽게 결론내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