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8일 19년만에 KB국민은행이 총파업에 나섰다. 국민은행은 파업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거점 점포를 통해 오프라인 업무의 일부를 대신했다.
그럼에도 KB국민은행전국 전 영업점 1천58개를 정상적으로 오픈했다. 다만 국민은행은 서울 145곳, 경기·인천 126곳, 지방 140곳 등 전국 411개 거점 점포를 운영해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했다. 거점점포는 일상 은행 업무를 변함없이 처리할 수 있는 점포를 의미한다. 사실상 411개 점포를 제외한 나머지 점포에선 반쪽짜리 업무 처리에 만족해야 만 했다.
411개 거점 점포에는 본사 직원 들이 파견돼 현장에서의 혼란을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현장 업무에 익숙지 않은 직원들을 통해 지점에서 업무를 처리하고자 하는 고객에게는 불편함은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은행 파업 때와는 분위기가 다른 것도 사실이다. 국민은행은 거점점포 외에 인터넷뱅킹 및 모바일뱅킹, 자동입출금기(ATM)를 정상 운영했다. 금융권에서 노사쟁의가 일어나더라도 전산부분은 은행 운영의 필수불가결한 존재이기 때문에 쟁의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노조가 전산 시설을 이탈하는 것은 불법이다.
2003년 조흥은행이 정부의 매각작업에 따른 반발로 파업에 나선 이후 금융당국은 ‘비상시 금융기관 전산망 안전대책’을 내놓으며 금융회사 노동조합에 전산시설 운영에 대한 법적 책임을 부여한 상태다. 이를 차치하고라도 전산망마비에 따른 금융거래 중단사태가 발생하면 당연히 국민 여론이 악화될 것이 뻔해 은행권의 총파업에서도 전산운영의 영역은 비켜난 것이 사실이다.
파업에 있어서 전산운영이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에서 은행이 파업으로 얻는 실익은 사실상 크지 않다. 파업은 대외에 노동자의 결기를 보여주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이로 인해 피해를 입는 고객들의 불만이 사측에 압박을 가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금융거래의 대부분이 비대면채널로 옮겨온 상황에서 금융고객이 체감하는 불편은 예전과 다른 것이 분명하다. 국민은행의 비대면거래 비중은 2018년 6월말을 기준으로 86%에 이른다. 비대면거래에서 처리되는 금융서비스의 질도 예전과 달라졌다. 대부분 ATM기기에서 은행 창구업무의 상당수가 처리 가능하고 스마트폰에서 해결될 수 있는 금융서비스의 종류도 예전과는 분명 다르다.
물론 스마트폰, ATM 등 최신 IT기기에 익숙지 않은 고령자나 창구에서 도움이 필요한 일부 금융고객의 경우 이번 파업으로 얻은 불편이 상당할 것이다. 기업 자금관리를 하는 담당부서에서도 은행 파업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국민은행의 이번 총파업은 대중의 큰 공감을 얻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소셜네트워크 등 온라인 공간에서 오고가는 이번 국민은행의 파업에 보내는 사람들의 시선도 냉랭한 것이 사실이다.
은행 파업으로 업무에 받는 영향이 크다면 파업에 대한 찬반 여부를 떠나 정상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클 수 밖에 없고 이는 은행측에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큰 불편’을 못 느낀 금융고객이 상당수라면 이처럼 은행 측에 대한 압박 전략은 통용되기 힘들다.
다만 기업의 자금업무가 몰리는 설 연휴 직전에 다시 국민은행이 파업에 돌입할 경우 8일 총파업과는 또 다른 양상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은행 노조는 협상이 장기화될 경우 추가적인 파업도 예고하고 있는 만큼 앞날을 섣불리 예단하긴 곤란하다.
하지만 금융은 물론 물류, 운송 등 일상 생활과 밀접한 서비스를 담보로 투쟁을 벌이는 것의 위험성을 노조도 알고 있는 만큼 보다 현실적인 타협 노력이 필요해보인다. 비대면시대에 노동운동도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