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일몰된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과 관련한 국회 논의가 시작됐다. 3년전 제도 도입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찬반의견이 엇갈린다. 다만, 유료방송 시장에서의 경쟁상황이 바뀌면서 일부 사업자들의 입장이 바뀌었고, 정부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것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노웅래, 이하 과방위)는 27일 법안십사소위를 열고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담은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법 개정안과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미디어 시장의 독과점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특정 유료방송(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사업자는 특수 관계자인 타 유료방송 사업자를 합산해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분의 1을 넘지 못한다.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를 가진 KT그룹 때문에 생겨났다.
2015년 합산규제 법안이 3년 일몰을 조건으로 국회 통과한 바 있다. 지난 6월 27일 일몰됐다.
문제는 제도 재연장 등에 대한 논의 없이 일몰 됐다는 점이다. 자동일몰로 단순히 끝날 문제는 아니었다. 제도 연장에 대한 논의가 선행됐어야 했는데 한차례의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한 채 자동 일몰됐다.
이후 몇몇 위원들이 합산규제 재도입 법안들을 발의하며 논의가 다시 시작됐다. 다만, 이날 법안심사소위에서는 여야 의원들의 의견차로 합의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일단 KT는 합산규제 재도입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제도가 다시 도입될 경우 KT는 케이블TV 등 유료방송 M&A 시장에 참여조차 할 수 없다. 미디어가 통신사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를 잡은 상황에서 SK텔레콤, LG유플러스와의 경쟁에서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과거 제도 도입을 강하게 찬성했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 여전히 KT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 합산규제가 필요하지만 자칫 본인들의 사업 확장에 걸림돌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전처럼 강하게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유료방송 시장이 결국 통신3사로 재편될 경우를 가정한다면 3분의 1 규제는 불필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케이블TV 사업자들(MSO)은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딜라이브처럼 매각을 서둘러야 하는 곳은 합산규제 재도입이 달갑지 않다.
다른 MSO들은 표면적으로 합산규제 재도입을 외치지만 시장상황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모호하다. 만약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고 SK텔레콤이 다시 M&A 시장에 뛰어들 경우 상황은 급변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전체적으로 보면 반대 의견이 강하지만 3년전과 비교하면 그 수위는 낮아졌다.
과기정통부가 합산규제 재도입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아직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효성 위원장 역시 일몰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합산규제 재도입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LG유플러스, SK텔레콤 뿐 아니라 KT도 케이블TV 인수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KT는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딜라이브 인수 논의를 진행 중이다.
새롭게 구성된 과방위원들이 방송의 공익성, 지역성 등에 초점을 맞출 경우 한시적으로 제도가 다시 도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