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경진 의원(민주평화당)은 최근 5년간 불량 연구개발(R&D) 연구자에 부과된 환수금 약 2578억원의 38%인 약 970억원이 미납됐다고 10일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517억5000만원, 중소벤처기업부 311억7000만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87억3000만원으로, 3개 기관이 전체 미납액의 약 95%를 차지한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국가연구개발사업 제재조치 매뉴얼’을 마련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가 연구비 환수 대상자에게 독촉장을 발부한 뒤 15일 이내에 환수금이 미납처리되면, 국세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연구기관의 재산을 압류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불량 연구비 환수율은 매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2인 이상의 위반행위자 발생시 환수금 부담을 누가, 얼마나 할 것인지 명시돼 있지 않아 연구자 간 시비로 인해 연구비 환수가 지체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환수금 징수 절차 또한 일관적이지 않다. IITP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경우 영리기관의 불량 연구비에 대한 강제 징수 절차를 실시하고 있지만, 비영리기관의 연구비 환수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연구재단은 강제 징수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연구재단의 경우 법원의 환수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여부에 관계없이 소송 돌입 때 무조건 환수 처분 절차를 중지하고 있어 기관이나 연구자들은 환수금 납부는커녕, 연구재단을 상대로 소송부터 제기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특히 연구재단은 공익법무관이나 고용변호사가 없어 사건마다 외부 법인과 계약을 맺어 소송을 진행하고 있어 연구비 환수 등의 법적 조치를 전담할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이로 인해 독촉기간이 지났음에도 강제징수 되지 않은 비영리기관의 미납금액은 부과액의 47.5%에 달한다.
연구자의 윤리의식 부재도 저조한 환수율의 한 원인이다. 부과된 금액을 납부하지 않거나 연구성과를 개인 출원이나 특허로 가로채더라도 연구자는 일정 기간 동안 국가 R&D사업 참여 제한을 받을 뿐 별다른 제재가 없다.
이에 김경진 의원은 환수금 납부책임을 연구기관으로 하고 환수금의 부담주체는 위반행위자로 명문화해 연구기관이 먼저 납부하도록 하되, 위반행위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2인 이상의 위반행위자가 발생하면 환수 처분을 통보할 때 위반행위자별로 환수금 분담률 명시하고 비영리기관의 부과액 미납 때 국세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무조건 강제 징수 절차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환수 처분이 진행 중이어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지 않았다면 환수금 징수 절차를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김 의원은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에서 정당한 사유를 구체화해 그 외의 경우는 무조건 환수 조치와 제재부과금을 병과하는 한편,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는 국회에 이를 보고해 형사고발을 진행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현행 과학기술기본법상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미납 환수금을 징수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을 중앙행정기관의 장 또는 전문기관의 장은 미납 환수금을 징수해야 한다는 강제규정으로 강화하고 징수의무자의 범위도 확대하는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개정안을 통해 철저한 징수 체계가 마련돼 혈세 낭비를 막고 건전한 대다수의 연구자들이 더욱 안정적인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