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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리포트②] “외국 U2L사례, 직접 확인하고 싶다”…조심스러운 금융권

U2L 전환 비용, 시스템 안정성 확보 여부에 국내 금융권 민감


[S리포트/ 금융 클라우드 & U2L ②] U2L 전환의 경제성, 금융권이 느끼는 부담감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클라우드로 전환하기위한 기술적인 전제는 기존 유닉스(또는 메인프레임) 중심의 플랫폼을 일단 x86을 비롯한 미들레인지급으로 다운사이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한 ‘U2L’(UNIX To Linux)사례가 충분히 국내에 제공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언뜻보면 U2L이 간단한 문제인것 같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리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라는 게 금융권의 반응이다. 기술적인 것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것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복합적인 문제로 인식한다.
◆은행권, “글로벌 대형 금융회사, U2L사례 직접 보고 싶다”...왜? = 국내 한 시중 은행의 A부행장(CIO)는 글로벌 클라우드 IT업체들에 대한 불신을 다음과 같이 솔직하게 드러냈다.

그는 “몇몇 글로벌 대형 금융회사들이 클라우드 환경으로 IT운영 방식을 전환했다고 소개되고 있지만 솔직히 100% 믿기 힘들다. 그래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부분이 많다. 국내에서 알려진 것과 실제는 좀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권이 'U2L'에 대해 갖는 첫 번째 관심사는 ‘시스템의 안정성’이다. 즉, 기존 메인프레임 또는 유닉스 기반의 하이엔드 서버에서 운영됐던 코어뱅킹 및 주요 업무들이 x86을 비롯한 미드레인지급 서버에서도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실증적으로 확인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동안 x86서버 밴더들이 “기존 하이엔드급 서버 성능을 대체한다”고 주장해왔지만 금융권은 아직 이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 시스템의 안정성에 매우 민감한 국내 금융권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이같은 반응은 납득할만하다. 실제로도 이 부분이 충분히 해소돼야만 금융권은 클라우드의 전환을 위한 기술적인 보폭을 넓힐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x86으로 전환시 시스템의 관리 및 운영’에 대한 두려움도 동시에 해소돼야 할 과제다. 기존 5~6대의 하이엔드 서버에서 돌아가던 업무가 U2L을 통해 수십~수백대의 x86를 비롯한 미드레인지급 서버로 전환됐을 때, 과연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금융권은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미드레인지급 서버에 물려있는 네트워크 및 스토리지 등 기타 이기종 전산 자원들의 안정적인 운영 또한 중요한 관심사다.

한국거래소(KRX) 등의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국내 금융권에선 아직 x86 전환과 관련한 충분한 U2L 벤치마킹 사례가 없다. 기존에 써왔던 플랫폼을 전혀 새로운 것으로 바꾸는 것은, 객관적인 기술적 난이도를 떠나 그 자체로 금융회사 IT담당자들에겐 엄청난 부담이다.

10여년전, 국내 금융권에서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동안 써왔던 메인프레임을 유닉스로 전환했다. 당시에는 외환은행, 농협 등 대형 은행들을 중심으로 충분히 검증된 벤치마킹 사례들이 있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KB국민은행이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발주를 결정하기에 앞서 올해 연말까지 4개월간 진행하는 ‘PI 상세 컨설팅’도 결국은 이 부분에 대한 해법을 찾기위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PI컨설팅에서 어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른다. 다만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를 예상해 볼 수는 있다. 즉, 국민은행은 현행 메인프레임에서 가동되고 있는 계정계(코어뱅킹)업무는 막대한 트랜잭션을 감안해 기존의 하이엔드급 서버에서 운용하되, U2L로 전환이 가능한 한 업무는 x86 서버로 다운사이징하는 일종의 '하이브리드'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시나리오가 된다면, 국민은행의 경우 1단계는 자체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프라이빗(private) 클라우드’ 환경으로 전환하고, 3~5년 후 퍼블릿(public) 클라우드로의 단계적인 전환을 제시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가능해진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시나리오다. 전자금융감독규정 등 현재 금융 클라우드를 제약하는 관련 규정들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을 경우, 퍼블릭 클라우드로의 전환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자체 데이터센터를 활용한 '프라이빗 클라우드' 환경으로의 전환은 가능한데, 일단 이것만으로도 IT 운영의 혁신성은 어느정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위해 은행이 U2L에 막대한 비용을 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U2L 전환 비용과 클라우드 전환 비용 = U2L 이슈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은 비용이다. 문제는 비용을 보는 인식의 차이다.

금융회사 CEO의 입장에서 봤을 때, ‘U2L 전환 비용은 클라우드 전환 비용의 일부’다. 클라우드 전환의 전제가 U2L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클라우드 업체 입장에선 ‘U2L 전환 비용’은 자신들과 무관하다. 유닉스 운용하던 은행이 U2L을 거쳐 클라우드로 전환할 경우, 클라우드 업체는 이 U2L 전환 비용을 부담해 주지는 않는다.

물론 U2L 비용을 누가 부담하든 그 자체가 무시할 수준이라면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하지만 U2L 전환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금융권에서 크게 확산되지는 않았지만 과거 U2L과 유사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기존 메인프레임에서 운용했던 업무 환경을 그대로 유닉스로 전환시키는 리호스팅(Re Hosting)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기존 업무시스템은 그대로 두고 구동되는 하드웨어 환경만 바뀌는 것인데, 2000년대 중반, 삼성생명 등 몇몇 리호스팅 사례가 있다. 국민은행도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지난 2011년 리호스팅을 검토한 바 있으나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당시 리호스팅 프로젝트는 약 1년~1년6개월 정도가 소요되고, 500억원~1000억원 수준의 예산이 투입됐다. U2L 전환과 리호스팅 사업과 직접적인 비교가 부적절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당시 리호팅 프로젝트는 사실상 ‘준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의 비용과 기간이 소요됐다.

만약 U2L이 과거 리호스팅과 같은 규모의 기간과 자원이 소요된다면, 금융회사의 입장에선 클라우드로의 전환 비용이 매우 과하다고 느낄 수 있다. 시스템의 혁신없이 단순히 x86기반의 분산시스템으로 전환하는데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에 버금가는 비용이 투입될 경우, U2L 전환의 명분을 얻기 어렵다.

U2L전환 비용이 어느정도가 될 것인지 현재로선 정확하게 측정이 쉽지 않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전환 비용'도 국내 금융권이 해외의 U2L사례, 클라우드 사례를 직접 보고 싶어하는 이유중 하나다.

결국 이같은 불안과 비효율성에 대한 의문을 불식시켜 나가는 것이 앞으로 x86 밴더를 비롯한 클라우드, 금융 SW업체들의 매우 중요한 몫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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