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길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등 국내 5개 병원 도입, 전세계적으로는 80여개 달해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인공지능(AI)을 암 진단 및 치료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선 지방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IBM의 의료용 AI인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 채택이 가속화되고 있다.
iBM의 ‘왓슨 포 오콜로지’는 방대한 분량의 정형 및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해, 암환자들에게 개별화된 치료 옵션과 관련한 정보를 의사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다. 특히 암 치료에 특화돼 매일 쏟아지는 300개 이상의 의학저널, 200개 이상의 의학교과서, 1500만 페이지에 달하는 의료정보, 치료 가이드라인을 분석해 각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법을 제안한다는 것이 IBM 측의 설명이다. 즉, 의사의 조력자 역할을 담당하는 서비스인 셈이다.
28일 한국IBM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병원 가운데서는 가천대학교 길병원에 이어 부산대학교병원, 건양대학교병원이 이를 도입했으며, 4월 중 계명대 동산병원과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이 도입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만 지난해 12월부터 5개 병원이 ‘왓슨’을 도입했다.
2015년 출시된 ‘왓슨 포 온콜로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과 중국, 인도, 네덜란드 등 전세계 약 80여개의 병원에 도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국내에선 지역의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도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주목된다. 서울 대형 병원이 왓슨을 도입한 사례는 아직 없다.
지방병원이 ‘왓슨’을 잇달아 도입하는 배경에는 ‘인공지능’ 이라는 최첨단 기술 도입이라는 이미지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방의 암 환자가 서울의 유명 대형병원으로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왓슨을 통해 환자들이 받는 의료 서비스 질이 높아진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사실상 ‘인공지능’을 홍보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측면도 적지 않은 셈이다.
실제 오는 4월 17일부터 ‘왓슨 포 온콜로지’ 도입을 결정한 동산병원의 박건욱 암 연구소 소장은 “최적의 치료법을 제안하는 왓슨을 통해 지역에서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 더 나은 치료법을 찾아 서울의 유명 대학병원을 전전하는 번거로운 관행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도입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또한 ‘왓슨 포 온콜로지’의 정확성이 임상 연구를 통해 아직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왓슨이 비의료기기로 분류된 것도 고려해야 할 점이다. 왓슨 포 온콜로지는 의사가 프로그램에 접속해 환자 정보를 입력하면, 왓슨이 그동안 학습한 방대한 양의 의료서적과 논문, 진료기록 등을 분석해 치료법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미국 FDA는 물론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이를 비의료기기로 구분하고 있다. 결국 ‘왓슨’ 도입에 앞서 보다 다각적인 분석을 통해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왓슨을 우선 도입했던 미국 최고 권위의 ‘MD앤더슨 암센터’가 올 초 IBM과의 계약을 해지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MD앤더슨 암센터는 지난 2000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폐암수술을 받으면서 국내에 널리 알려진 암 치료 병원이다. 이 회장 외에도 고 박성용·박정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형제 등이 치료를 받았다.
IBM과의 계약 해지가 왓슨의 신뢰성보다는 비용지급과 관련한 문제였지만, 결론적으로는 IBM에 지불하는 비용이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였다. IBM은 MD앤더슨 암센터이 자체 개발한 ‘온콜로지 익스퍼트 어드바이저’와 관련해선 계속해서 협력 관계를 유지한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중요한 고객 한 곳을 잃은 셈이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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