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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그가 해외 슈퍼컴퓨팅센터로 떠나는 이유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최근 한 국가기관의 슈퍼컴퓨터 관련 분야에서 근무하던 박사와 오랜만에 차를 한 잔 마실 기회가 있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에 그가 깜짝 소식을 전했다. 곧 해외 한 국립대학 슈퍼컴퓨팅 센터의 총괄 책임자로 자리를 옮긴다는 얘기였다.

누구보다 국내 슈퍼컴퓨터 발전을 위해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기에 그의 선택은 다소 의아하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한 평생을 슈퍼컴퓨터 연구에 바친 그가 해외로 떠난다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도 큰 손실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특히 최근 정부는 슈퍼컴퓨터 육성에 큰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기때문이다.

이와 함께 순간 최근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에 근무하던 기장들이 중국 등 해외 항공사로 이직이 빈번하다는 뉴스 기사와 오버랩됐다. 지난해에만 약 100여명의 베테랑 기장이 중국 항공사로 이직하면서, 앞으로는 한국 항공사들이 조종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그의 이직을 항공사 사례와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그가 중국으로 가는 것도 아니다), 본인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더 나은 근무조건을 제시하는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희귀한(?) 슈퍼컴퓨터 분야 인재를 놓친다는 점에서 속상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앞서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달 총 1000억원을 투자해 슈퍼컴퓨터를 자체 개발, 2020년까지 1페타플롭(PF, 1초에 천조번의 부동소수점 연산이 가능한 처리 속도) 이상, 2020년부터 2025년까지 30PF 이상 시스템을 만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초고성능컴퓨팅(HPC) 사업단(법인)’을 설립하고, 사업단에 매년 100억원 내외의 연구 개발비를 지원하는 등의 방안도 내놨다. 슈퍼컴퓨터로 대변되는 국내 HPC 시장의 95% 이상을 글로벌 기업이 점유해 오면서 국내 기업들의 R&D 투자 및 기술 경쟁력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 이번 계획의 배경 설명이다.

가능하다면 자체적으로 슈퍼컴퓨터 기술을 개발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도 물론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 중국, 일본 등을 제외하고 자체 기술로 슈퍼컴퓨터를 개발하는 나라는 드물다. 영국이나 독일 등 선진국들도 선뜻 나서지 않는다. 못하는 것이 아니라 수치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중국처럼 대대적인 투자를 하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슈퍼컴퓨터 활용 방안과 이를 위한 인재 육성 및 확보에 힘을 쏟는 것이 더 바람직해 보인다. 이러한 측면에서 그의 선택은 더욱 아쉬움을 남긴다.

“이번에 가는 곳은 슈퍼컴퓨터 분야에 거의 조 단위의 투자가 예정돼 있는 곳이에요. 한국에서처럼 예산 걱정 없이 하고 싶은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큽니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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