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세계 각국이 인공지능(AI)을 놓고 주도권 싸움을 시작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확대뿐 아니라 주요 국가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AI를 국가전략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정부는 AI 연구 및 개발과 관련한 국제규칙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 등 주요 언론에 따르면 일본정부는 오는 29일부터 30일까지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보통신장관 회의에서 AI 연구 및 개발에 관한 국제규칙 제정을 제안한다.
살상 무기 및 살인 로봇 등 AI 발전에 따른 윤리적 우려를 방지하기 위해 국제적 협력을 통해 기준을 정립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일본정부가 국제사회에서 AI 국제규칙 제정의 주도권을 갖고 헤게모니를 점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인공지능 관련 한 학계 전문가는 “일본에서 AI 헤게모니를 뺏길 것 같으니 국제규칙 제정을 통해 만회하려는 것”이라며 “일본은 한 때 로봇으로 세계에서 최고 자리에 있었는데 일본 IT 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기에 돌입하면서 존재감이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부터 인공지능은 존재했었다”며 “이권을 차지하기 위한 헤게모니 싸움이 본격 시작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은 이날 회의에서 AI 연구개발 원칙과 국제기준을 논의하는 산학관 회의를 만들 것을 제안하고, 8개 원칙에 ▲인간이 AI를 제어하고 ▲AI가 인간에게 위해를 주지 않고 ▲인간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등의 사항을 포함시킬 예정이다.
이 규칙이 제정되면 세계 각국에서는 강제하지 않더라도 기준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 주도 아래 G7 중심으로 AI 윤리 규칙이 마련되는 것이다. G7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로, 우리나라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우리나라도 주도권을 갖고 국제무대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방 및 외교, 정치적 차원에서 미리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병탁 서울대 교수는 “우리나라도 세계시장에서 정치적으로 국방부 및 외교 관점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며 “정치적으로 발언권을 뺏기면 얄타회담에서 보듯 중요 결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국방·외교·정치적 차원에서 미리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방산업에서 AI는 새로운 시장이며 자율주행차 등에서도 마찬가지나, 윤리적 문제가 발생하고 민감한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도 연구회 등을 통해 로봇과 인공지능 관련 윤리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제언했다.
AI 기술발전으로 대두되는 윤리적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화두다. 지난 11일 인권단체 HRW와 미국 하버드 로스쿨 국제인권 클리닉 연구원은 공동 보고서를 통해 살인 로봇 개발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미국·중국·러시아 등 각국은 전투 때 기계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무인 무기 시스템 개발을 위해 연방 정부 예산을 53억달러 투입했으며, 러시아는 2020년까지 5개 미사일 기지를 지키는 인공지능 내장 로봇을 개발 완료할 방침이다.
이에 AI 악용을 막고자 지난해 스티븐 호킹을 비롯해 테슬라 최고경영자인 엘론 머스크, 노엄 촘스키 등 1000여명의 세계 석학들은 인명을 살상할 수 있는 AI 개발을 반대하는 공동서한을 발표한 바 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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