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머블반도체(Field-Programmable Gate Array, FPGA)는 설계를 변경할 수 있는 칩을 의미한다. 주로 시제품을 만들 때 활용된다. 시제품 개발이 성공적이라면? 해당 칩 설계를 바탕으로 주문형반도체(Application Specific Integrated Circuit, ASIC)를 만들고 본격 양산 체제에 돌입하는 것이 일반적인 전자 엔지니어링의 과정이다. ASIC은 양산형 제품에, 시제품에는 FPGA가 쓰인다는 얘기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4K 울트라HD(UHD) TV를, LG전자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처음 내놓았을 때 핵심 칩 역할은 FPGA가 했었다. FPGA가 꼭 시제품에만 쓰이는 것도 아니다. 중간 중간 칩 기능을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통신 기지국이나 중계기, 우주선과 자동차 등 고급형 제품의 연구개발(R&D)용으로도 활용된다. ASIC처럼 대량으로 찍어내는 칩이 아니어서 값은 비싸지만,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할 때 없어서는 안 될 제품이 바로 FPGA인 것이다.
세계 FPGA 1위 업체는 점유율 56%의 미국 자일링스다. 자일링스는 2011년 ‘프로그래머블’에 머물러 있던 FPGA 업계에 ‘올 프로그래머블’이란 개념을 도입했다. 기존 FPGA가 하드웨어 기능을 구현(Hardware Description Language, HDL)하는 RTL(Register Transfer Level) 툴 만을 제공했다면, 올 프로그래머블은 C 언어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적용까지 가능한 새로운 개념이었다. 자일링스는 ARM A 시리즈 코어를 내장한 시스템온칩(SoC) 형태의 징크(Zynq) 제품군과 소프트웨어 설계가 가능한 비바도 HLS(High Level Synthesis) 툴을 내놓으며 올 프로그래머블 FPGA 시대를 활짝 열었다. 2위 업체인 알테라도 이후 비슷한 전략을 구사하며 자일링스가 열어놓은 올 프로그래머블 시대에 편승했다.
자일링스는 최근 사업 범위를 넓히기 위해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올 프로그래머블에서 한 단계 나아가 ‘소프트웨어 정의’ 시스템 환경에 완벽 대응하는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슬로건은 바로 ‘소프트웨어 정의 올 프로그래머블’이다. 이 같은 큰 그림을 통해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 및 네트워크가상화(NFV), 클라우드, 5G, 사물인터넷(IoT),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비전/비디오 시장에서 보다 확고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포부다. 자일링스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인 스티브 글레이저 수석부사장은 <인사이트세미콘>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5만명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자일링스 솔루션을 사용하는 기반 고객군”이라며 “소프트웨어 정의 환경에 대응하는 확대 전략을 펼치면 5년 내 이 숫자는 25만명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브 수석부사장은 “기반 엔지니어가 이처럼 확대되면 매출은 2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올 프로그래머블 개념도 당시에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 말, 그 비전은 4년 전 내가 만들었다. 올 프로그래머블이란 용어는 직원들에게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준 이정표였다. 자일링스는 2011년 이전에는 단지 FPGA와 RTL 디자인 환경 만을 제공하던 회사였다. 올 프로그래머블은 하드웨어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개발 가능한 환경을 의미한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징크 SoC와 소프트웨어 디자인 툴인 비바도 HLS가 제공됐기 때문이다. C 언어로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준 것이다. 왜? 고객사들이 그 방향을 원했기 때문이다. 하나의 칩 뿐 아니라 연결된 모든 것들을 소프트웨어로 조절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다.”
- 소프트웨어 정의 환경에 대응하고자 하는 이유는
“마찬가지다. 고객사들이 원한다. 소프트웨어로 정의하는 시스템 환경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최근 네트워크 장비의 역할은 소프트웨어로 정의된다. 각종 통신 장비가 서로 연결되는 5G 환경은 어떤가? 결국 소프트웨어다. 뒷단의 클라우드 환경 역시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대표적인 산업군이다.”
- 어떻게 대응하나?
“소프트웨어 정의 시스템에 걸맞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을 내놓았다. 올해 자일링스는 16나노 공정으로 생산된 멀티프로세싱(MP) SoC FPGA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곧 고객사에 정식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굉장히 다양한 요소를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징크 SoC는 ARM 코어텍스 A 코어와 FPGA 로직 만이 포함돼 있었으나 16나노 MPSoC에는 실시간 연산용 ARM R5 코어, 말리 그래픽처리장치(GPU), 전력관리, H.265 비디오코덱, 보안 IP 등도 내장된다.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으로는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 구현을 위한 SDNet이 대표적이다. 오픈CL과 C, C++을 지원하는 CPU 및 GPU 개발 툴 SDAccel로 가상화 환경도 구축할 수 있다. 아울러 이클립스 기반의 통합개발환경(Integrated Design Environment, IDE) 툴 SDSoC로 다양한 분석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영상 분석이 있다. 이미 자일링스는 소프트웨어 정의 올 프로그래머블 시대로 가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 올 프로그래머블, 소프트웨어 정의 올 프로그래머블. 다 좋은데 복잡하다. 이런 환경은 이미 순차적으로 다 발표됐다. 그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하드웨어 FPGA가 핵심 아닌가?
“가서 엔지니어들에게 물어보라. 프로그래머블은 이제 하드웨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소프트웨어 기반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사실은 이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도 FPGA를 만질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페이스북, 바이두, 구글에는 FPGA 엔지니어가 없다. 시급하게 인프라 성능을 높여야 할 때 자일링스의 소프트웨어 정의 올 프로그래머블 솔루션이 그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C, C++, 오픈CL로 FPGA를 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처럼 하드웨어만 프로그래머블 할 수 있다면 이런 고객사는 놓칠 수 밖에 없다. 최고의 반도체 기술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앞으로는 소프트웨어 정의 환경의 제공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 그래서, 이 비전을 달성하면 자일링스는 얼마나 성장할 수 있나?
“자일링스 솔루션을 만지는 사용자 기반이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통상 하드웨어 엔지니어 1명당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5~10명이 붙는다.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5년 내 5배로 사용자 기반을 늘릴 수 있다. 2020년 정도면 최소 25만명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자일링스 솔루션을 만지게 된다는 것이다. 매출은 다른 얘기다. 5배까진 아니더라도 2배 정도는 늘어날 수 있다(지난 3월 마감된 자일링스의 2015 회계연도 매출은 23억7700만달러였다). 칩을 공급한다 하더라도 실제 매출이 발생하기까지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렇다. 자동차의 경우 제품 공급 계약을 마쳐도 실제 매출이 발생하기까진 2~4년의 시간이 걸린다. 자일링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시스템 전체를 조절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갖추는 것인데, 이럴 경우 전체 사용자 기반과 매출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한주엽 기자>powerusr@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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