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이뤄진 8.15 대사면에 소프트웨어(SW)업계가 처음으로 포함됐다. 정부는 이번 사면을 통해 부정당업체로 지정된 100개 SW기업에 대해 입찰참가제한 또는 입찰참가자격 제한의 원인이 되는 처분을 지난 8월 14일자로 해제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부정당재제 처분을 받아 공공 발주 사업에 참여하지 못했던 SW업체들은 이번 사면을 계기로 다시 한번 재기를 노리게 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사면이 공공 IT사업에서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불러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정당한 방법으로 사업을 수주해 온 건전한 기업에 대한 역차별을 불러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사면은 경제 효과를 고려한 조치하는 게 이번 사면에 대한 평가다.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고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 불가피한 면이 있다는 것.
이를 반영하듯 미래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에 사면된 100개 기업 중 83개가 중소기업이며, 50억원 미만의 영세한 기업도 46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80%가 넘는 사면 대상 기업이 중소업체임을 부각시킨 것이다. 이번 사면이 대기업이 아니라 국내 SW 시장의 기반 인프라인 중소기업에 대한 혜택임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담합 등 부정당업체로 지정될 만큼 시장에서 떳떳치 못한 행동(?)을 해 온 이들 기업들이 과연 국내 SW, 시스템 통합(SI) 시장에 활력소가 될 지는 의문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국내 SW, SI 시장은 영세업체들의 하청구조로 이뤄져 있다. 수많은 업체가 난립하다 보니 담합과 같은 비정상적인 통로를 통해 서로간의 수익을 보전하려는 움직임도 심상치 않게 등장한다.
이렇게 수익을 얻게되면 다시 부정한 경쟁의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수익이 연구개발(R&D)에 쓰이지 못하고 다시 담합의 비용으로 재충전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시장질서만 혼탁해지고 순진한(?) 기업들만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
많은 전문가들은 국내 SW, SI시장이 기형적으로 성장해 온 원인으로 시장 자율에 맡기지 않은 육성정책 때문이라는 지적을 해왔다. 정부는 시장을 살린다는 취지로 여러 가지 육성 정책을 펼쳐 왔지만 정작 도태돼야 할 기업에 까지 동아줄을 내려 준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기술 경쟁력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사업을 수주하면서 명맥을 유지하는 곳들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사면이 우리나라 IT생태계에 과연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이번에 부정당재제에서 해제된 업체들이 다시한번 기회가 왔다고 여기고 자체 경쟁력을 쌓고 정당한 경쟁을 벌인다면 정부가 의도한 SW시장 활성화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말그대로 면죄부에 그친다면 결과적으로 국내 SW, SI시장의 생태계는 더 혼탁해질 수 밖에 없다.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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