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 네이버는 때때로 ‘골목상권 침해’라는 비판을 듣는다. 네이버가 새롭게 추진하는 어떤 사업이나 서비스가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과 경쟁을 하게 될 때 듣는 말이다.
그러나 정반대의 일도 벌어진다. 지난 20일 네이버 이사회는 자사의 기업용 협업 서비스 ‘네이버오피스’ 조직을 ‘지웍스’라는 별도 법인으로 분리해 해외시장에 도전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클라우드 기반 기업용 협업 서비스 분야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초국적 기업들이 이미 터를 잡고 있는 시장이다. 이들 입장에서는 한국이라는 작은 동네의 골목대장에 불과한 네이버의 도전장이 가소로울 수도 있는 일이지만, 네이버는 글로벌 IT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한국이라는 골목을 벗어나 큰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기업용 협업 서비스’는 일반 기업들이 조직 내 의사결정 등 업무 협업을 위해 반드시 구축해야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소프트웨어다. 최근에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기존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장악하고 있던 시장에 구글이 균열을 내고 있으며, 페이스북·아미존 등도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5월부터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메일’, ‘캘린더’, ‘주소록’, ‘N드라이브’, ‘문서작성 도구’ 등을 하나로 묶어 ‘네이버웍스’라는 ‘기업용 협업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지금까지는 국내 중소기업에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며 서비스의 기반과 운영 노하우를 쌓아왔다. 이번에 별도 법인 신설을 시작으로 구글, MS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계획이다.
네이버 측은 별도 법인을 설립하는 이유에 대해 “글로벌 기업 고객들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서는 개별 회사로서 독립해 보다 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가 무작정 글로벌 시장에서 한판 붙겠다고 허세를 부리는 것은 아니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이라는 믿을 만한 친구가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해외 시장에서 라인의 영향력을 활용해 지웍스를 알려나갈 계획이다. 특히 일본과 대만, 태국 등 라인이 장악하고 있는 나라를 지렛대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인스턴트 메신저는 기업 내에서 중요한 협업 도구 중 하나다. 기존 대기업의 경우 자체적인 사내 메신저를 활용하고 있지만, 모바일이 활성화되면서 카카오톡, 라인, 위챗, 왓츠앱 등 일반 메신저를 업무 커뮤니케이션에 사용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실제로 일본의 적지 않은 기업들이 라인을 업무 커뮤니케이션에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기업들이 카카오톡을 이용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네이버 측은 라인과 지웍스의 결합을 통해 일본 등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웍스의 대표를 맡게 될 한규흥 이사는 “지웍스는 그동안 쌓아온 안정적인 서비스와 인프라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로 성장한 라인과의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성공 경험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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