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쇼핑몰의 공룡’으로 불리는 아마존닷컴(amazon.com)이 3월에 드디어 한국에 상륙한다고 한다. 이에 백화점 등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벌써부터 매출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부터 집중적인 투자가 이어지면서 21세기 초고속 인터넷 강국이란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나라에는 아마존처럼 인터넷으로 성장한 글로벌 기업을 찾아볼 수 없다. 즉 통신 인프라 망은 세계 최고수준으로 인정받지만 정작 이를 활용한 사업은 단지 국내에 국한됐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앞으로도 통신망이 계속 빨라질 것이고, 지금 젊은 인터넷세대는 모든 일상을 인터넷을 통해서 할 것이다. 최근 발간된 ‘유엔미래보고서 2045년’이란 책에서는 ‘미래에는 대기업의 판도가 바뀌어 인터넷 기업이 대기업이 된다’고 예측하고 있다. 인터넷 인구는 현재 20억명에서 2020년에는 70억명으로 급격하게 늘어나고, 인터넷은 일상적인 활동의 공간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필자가 이처럼 인터넷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미 현재에도 인터넷을 통한 인간관계가 활발하게 형성되고 있고, 더 나아가 미래에는 ‘가상공간’에서 일하고 모든 일상생활이 인터넷을 통해서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즉 물과 공기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사안이 이처럼 중대함에도, 우리나라 기업이 인터넷에 대한 투자를 등한시 하고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인터넷 쓰나미’가 밀려오는데도 어떤 이유인지 인터넷 사업 준비를 열심히 하는 기업이 보이지 않는다.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 경우 고가폰은 애플에 눌리고 중저가폰은 2010년에 탄생한 중국의 신생기업 샤오미에 덜미가 잡혀 오도 가도 못하는 형국이다. 샤오미의 갑작스런 부상은 인터넷의 힘이 크다. 인터넷 판매를 통한 차별화에 성공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11일, 중국 싱글스 데이(singles day) 24시간 동안 중국 온라인 쇼핑몰 알리바바는 상품주문 2억7800만건에 93억 달러의 기록적인 매출을 올렸다. 2013년 매출 57억5000만 달러 보다 약 62% 성장했다. 이날 샤오미는 12시간 동안 1억6300만달러의 휴대폰을 온라인을 통해 판매했다. 후발 주자인 샤오미는 유통과정을 과감히 생략한 온라인 판매를 통해 유통비용을 최소화시켰으며 단시간에 많은 제품을 판매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 제2, 제3의 샤오미 기업이 나타날 것이다. 우리나라도 인터넷을 통한 비즈니스에 많은 투자와 노력을 해야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시대 초창기인 1995년 7월에 오픈한 미국의 아마존은 5년 뒤인 2000년 11월에 아마존 재팬(JAPAN)을 오픈한다. 놀랍게도 아마존 재팬은 영업을 개시함과 동시에 폭발적인 접속수를 기록했는데, 이는 이미 당시 일본내에 아마존닷컴 고객이 18만명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국도 최근 해외 직구족이 크게 증가한 상황이다. 국내에서 아마존이 서비스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엄청난 파괴력이 예상되는 이유다. 올해 2월 서울시 전자상거래 센터에서 인터넷 쇼핑몰 이용자 4000명을 조사한 결과 의미 있는 수치가 나왔다. 해외 직구족이 국내 인터넷 쇼핑족의 3배, 1회 지출금액도 국내 평균 7만원대비 약 2배인 15만원 이상을 쓴다는 분석이다. 구매력의 강도면에서 분명히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아마존은 물류시스템, 배송시스템, 소셜커머스, 간편 결재시스템도 가지고 있어 국내 전자상거래업체 뿐만 아니라 해외배송 대행업체와 소셜커머스 업계와도 한판 승부가 예상되고 있다.
국내 관련 업계로서는 새로운 강적의 출현으로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대책 없이 무작정 걱정만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지혜와 과감한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 한국의 가전시장이 일본에 개방되었을 때 소니 등 당시 세계 최고의 일본기업에게 시장 잠식될 것이라고 많은 우려를 했었지만 오히려 안방 경쟁에서 승리했으며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계기를 만들지 않았는가.
또한 스마트폰 광풍을 일으킨 애플이 국내에 진출했지만 삼성전자는 국내 시장 수성을 위해 갤럭시라는 제품을 출시했고 결국 지금의 스마트폰 1위 업체가 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었다.우리나라 기업이 도전을 이겨내는 끈질김이 있다고 필자는 믿는다. 아마존이 한국에 상륙한 것이 아무쪼록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혁신적인 인터넷 사업 모델을 창출하는 계기로 작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경주 (주)허브원 의장(전 삼성전자 전무) kyungjulee20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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