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미국 정치판의 암투를 그린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는 전 세계적인 흥행 성적을 거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제작진에게 “시즌3를 빨리 보게 해 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이 드라마에 대한 관심은 컸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대박 행진을 이어갔다. 에미상의 9개 부문에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넷플릭스가 제작한 것으로 더욱 유명하다. 온라인 DVD 유통 업체인 넷플릭스는 1억달러(약 1000억원)라는 막대한 자금을 들였다. 드라마 제작 경험이 없는 넷플릭스는 어떻게 이렇게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었을까.
빅데이터 덕분이다. 넥플릭스는 자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2700만 사용자들을 분석해 어떤 콘텐츠가 인기를 얻고 있는지 파악하고 있었다. 데이비드 핀처의 영화들, 케인 스페이시 출연작, 영국에서 방영된 하우스 오브 카드의 원작 등을 시청자들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분석한 것이다. 이같은 분석 결과 망설임 없는 베팅에 나설 수 있었다.
18일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국제콘텐츠콘퍼런스 2014’에는 ‘하우스 오브 카드’를 만든 조 힙스 미디어라이트캐피탈 부사장이 참석해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설명하는 자리가 마련했다.
힙스 부사장은 “빅데이터는 하우스 오브 카드 개발 프로세스에 큰 도움이 됐고, 품질 향상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는 넥플릭스라는 채널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넷플릭스는 많은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가입자의 인적 상황, 시청 패턴, 각각의 인구집단이 어떤 콘텐츠를 소비하는지 분석했다”면서 “아마 시청자의 성향에 대해 시청자 자신보다 넷플릭스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콘텐츠 산업에 빅데이터는 중요한 경쟁 우위 요소로 떠올랐다. 미국의 서던 캘리포티아 주립대 김선호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오스카상을 누가 받을지 시상식 전에 알 수 있었다”면서 “콘텐츠 산업에 빅데이터는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넷플릭스는 홍보영상도 하나로 만든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성향에 맞춰 각기 다른 버전으로 제공했다”면서 “앞으로 영화 개봉일 결정 등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중요한 의사결정 도구로 빅데이터가 사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은 “과거 미디어 산업의 지표라는 것은 시청률, 점유율 등 단순한 형태였는데, 앞으로는 시청자들의 콘텐츠 수용도를 평가하는 것을 넘어 사람들의 관심을 분석해 시놉시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부사장은 ‘아빠 어디가’나 인터넷 ‘먹방’ 등의 예를 들며 인기 있는 콘텐츠들은 아빠들의 위기감, 가난하고 외로운 젊은 청년세대 등의 사회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콘텐츠 업계가 상상력이 아닌 관찰을 통해 시장에 접근할 것을 주문했다.
송 부사장은 “소설가나 작가들은 상상하지만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상상과 실제와는 많이 다르다”면서 “창작자 본인의 경험으로 상상하는 게 아니라 객관화 된 형태로 데이터 모으는 것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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