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시스템반도체 관련 국책 사업비의 30% 이상이 시세품(칩) 생산에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용화 가능성이 낮은 품목까지 시제품으로 생산되고 있는데다 제작비 대부분이 대만 TSMC 등 해외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로 흘러들어가고 있어 ‘검증’ 단계까지만 사업비를 지원하는 형태로 국책 과제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시스템IC 2015 국책사업의 1·2·3차년도(2011~2013년) 정부출연금 총액은 473억2600만원이었다. 이 가운데 31%인 146억100만원이 시제품 제작비로 사용됐다. 이 같은 시제품 제작비 비중은 지난 2010년까지 추진된 국책사업인 시스템IC 2010(27%) 대비 높아진 것이다. 과거에는 회로 선폭이 100나노 이상인 제품을 주로 설계했지만 최근에는 45~65나노의 미세공정 제품을 다루게 되면서 비용이 증가했다. 미세공정화로 향후 시제품 제작비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시스템IC 2015는 과제당 매년 20~40억원이 지원된다. 학계에선 시제품 제작비만 줄여도 보다 많은 개발 과제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시제품 제작 비용은 상용화에 목적을 둔 기업이 직접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시제품을 제작해야 과제가 완료되는 만큼 ‘과제 완료용 시제품 생산’도 더러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런 낭비로 해외 파운드리 업체에 돈을 퍼줄 이유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중휘 인천대학교 임베디드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모든 과제에 시제품을 생산토록 하는 것은 낭비”라며 “정말 상용화가 가능한지, 기능적으로 확실한 제품인지 검증을 마치고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선별적 혹은 기업이 직접 비용을 대서 생산에 돌입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학계는 소프트웨어 레벨의 검증 단계까지만 정부출연금을 쓰고 시제품 제작 등은 팹리스 반도체 업체들이 ‘칩 생산 펀드’를 만들어 이를 활용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한 상태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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