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전임 회장의 과도한 투자 등에 따라 재무구조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멕 휘트먼 현 HP 회장이 부임한지 약 2년 만에 이를 정상화시켰습니다. 현재 HP는 순부채 0원에 약 6조원 정도의 인수합병(M&A) 자금 여유가 생겼어요. 최근 오픈소스 클라우드 소프트웨어(SW) 기업 유칼립투스를 인수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15일 여의도 한국HP 본사 22층 보드룸에서 만난 함기호 한국HP 대표이사<사진>의 말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마침 한국HP는 지난 1일 창립 30주년을 맞이하며 회사 전체에 한층 들뜬 분위기가 느껴졌다.
지난 몇 년 간 HP는 잦은 경영진 교체와 PC사업 철회와 번복, 12조원이나 들여 인수한 영국 검색SW기업 오토노미의 회계부정 등 악재를 겪으면서 외부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또한 개인용 PDA를 비롯해 2007년 모바일 운영체제(OS)인 팜을 인수하며 모바일 사업에도 야심차게 뛰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HP가 모바일 시대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미래 전략 부재라는 문제에 직면했다는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함 대표는 “최근 인도에서는 저가형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고, PC사업 역시 최근 시장 점유율이 늘어나고 있다”며 “스마트폰 시장 역시 반드시 들어가야 할 시장으로 인식하고 있으나, 다만 언제 어떤 식으로 진입할지에 대해선 고민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빅데이터, 클라우드, 모빌리티, 보안 등 현재 HP를 비롯해 대부분의 IT업체들이 주력하고 있는 시장에서 하드웨어(HW)는 필수적인 요소”라며 “HW야말로 HP가 가장 잘하는 분야이며 PC, 프린터부터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까지 전체 제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거의 유일한 업체”라고 강조했다.
실제 멕 휘트먼 HP 회장은 지난 2011년 부임 이후 ‘새로운 스타일의 IT(New Style of IT)를 표방하며 HW를 핵심사업으로 삼고 다양한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저전력 서버인 ‘문샷’이나 고성능컴퓨팅(HPC)인 ‘아폴로’ 등을 비롯해 현재 진행 중인 ‘더 머신’ 프로젝트까지 특히 컴퓨팅 분야에 적극적인 투자를 벌이고 있다.
함 대표는 “멕 휘트먼 회장 역시 부임 이후 지속적으로 비용절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전임 회장들과 다른 점은 미래에 대한 분야에 대해 전략적으로 재투자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결국 HP가 가장 잘하는 부분으로 돌아가 경쟁력을 높이고 산업전체의 혁신을 꾀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2년 여의도 한국HP 사옥을 매각한 것도 자산 통폐합을 통한 비용절감을 일환이었다. 한국 뿐만 아니라 현재 일본이나 중국, 싱가포르 등 다른 아시아 국가 역시 기존에 흩어져 있던 사무실을 없애고 통합하는 과정을 진행 중이다. 미국 역시 산재돼 있던 사무실을 본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로 통합하고 있다. 기존 쿠퍼티노 사무실은 애플에 매각했다.
그는 “최근 문샷 서버 역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고, PC나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에서도 신제품 출시가 지속되고 있다”며 “특히 네트워크 시장에선 시스코를 상대로 유일하게 제품을 1:1로 붙을 수 있는 유일한 업체가 HP”라고 자신했다.
현재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서버 시장에서도 기대감을 갖고 있다. 현재 한국HP는 국내 x86 서버 시장에서 약 45% 이상의 점유율을 갖고 있다. 특히 최근 IBM이 자사의 x86 서버사업부를 레노버에 매각한 것과 관련, 이를 통한 반사이익을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는 “HP는 서버에서도 현재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고객에게 적합한 시스템을 제공할 것”이라며 “기능을 최소화시킨 저가형 서버부터 HPC용 고집적 서버를 비롯해 최근 팍스콘과의 합작법인을 설립한 것으로 이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조만간 국내에 출시된 프로라이언트 9세대 서버는 이러한 철학을 충실히 반영한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HP는 최근 고유의 기업문화 ‘HP웨이(Way)’를 현대에 맞는 프레임워크로 만들어 되살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HP웨이는 개인 간 신뢰와 존중(trust and respect)을 바탕으로 팀워크, 책임의식 등을 강조한 HP의 조직 문화다.
함 대표는 “과거 HP웨이라는 좋은 문화가 유지됐는데, 창업주들이 떠나면서 변색이 많이 됐다”며 “전략과 고유문화, 프로세스를 재정립해 이를 바로잡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기호 대표는 지난 2011년 5월 한국HP의 6대 사장으로 취임했다. 1994년 한국HP에 입사한 줄곧 마케팅, 삼성담당 영업 등 다양한 직무를 맡아왔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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