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에 불어닥친 ‘스마트 혁명’은 자동차 업계의 판도에도 대대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기술이 차량 전장부품에 녹아들어 ‘똑똑한 자동차’, 이른바 스마트카 시대를 활짝 열어가고 있다. 자동차의 핵심 경쟁력이 기계 기술에서 전자, 전기, IT로 넘어오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데일리>는 창간 9주년을 맞아 소프트웨어와 전자부품의 관점에서 스마트카의 요소요소를 집중 조명해본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부. 스마트카의 두뇌 ‘소프트웨어’ 2부. 자동차와 만난 전자부품 ④ 특명! 자동차 탄소배출량을 줄여라… 연비를 높여라 |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차량내 탑재되는 전자제어장치(Electronic Control Unit, ECU)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ECU간 통신 규격도 진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 출시되는 신차는 카메라 센서와 레이더로부터 정보를 받아 처리하는 다양한 형태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 ADAS)이 탑재되므로 더 많은 데이터를 빠르고 안전하게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차량 내 통신 규격은 LIN(Local Interconnect Network), CAN(Controller Area Network), 플렉스레이(FlexRay) 등이 있다. LIN과 CAN은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차량 내 통신 규격이지만 각각 최대 통식 속도가 40kbit/s, 1Mbit/s로 느리다. 플렉스레이의 경우 10Mbit/s로 CAN보다 빠른 것이 특징이다. 물론, 속도가 빠를 수록 칩 가격이 비싸고 연결선(와이어)의 숫자가 늘어나므로 원가 및 차량 무게 상승이라는 단점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완성차 업계는 어떤 한 가지 통신 표준을 따른다기 보단 구현 기능에 따라 네트워크 표준을 달리 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LIN의 경우 사이드미러, 전동시트, 기타 액세서리에, CAN은 엔진과 변속기, ABS 등 주로 동력 계통에 쓰이고 있다. 통신 속도가 빠른 플렉스레이의 경우 고성능 동력 계통 기기나 크루즈컨트롤 등 ADAS에 접목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처럼 다양한 통신 표준을 섞어서 쓰면 개발 복잡성 증가, 통신 효율 저하 등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자율운행이 가능한 미래형 스마트카를 고려한다면 플렉스레이의 전송 속도는 턱없이 모자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래서 최근 주목받는 차량용 네트워크 기술이 바로 이더넷이다. 이더넷은 속도가 100Mbit/s로 플렉스레이 대비 100배나 빠르다.
브로드컴은 이미 차량용 이더넷을 위한 브로드R-리치 100Mbit/s 이더넷 기술을 선보였다. NXP와 마벨, 마이크렐 등은 브로드컴의 브로드R-리치 기술을 활용해 내부 진단 통신과 같은 다양한 기능을 가진 이더넷 물리층 칩을 선보인 바 있다. 프리스케일의 경우 64MHz 클록으로 작동하는 독자 파워 아키텍처 기반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인 쿼리바와 브로드컴의 브로드R-리치 물리계층(PHY) 이더넷 트랜시버칩을 하나로 쌓은 뒤 둘을 와이어로 연결(wire bond)한 시스템인패키지(SiP) 형태의 차량용 카메라 솔루션 쿼리바 MPC5606E를 최근 선보였다.
완성차 업체 가운데 이더넷 통신 규격을 가장 먼저 적용한 업체는 바로 BMW다. 올해 초 출시된 BMW의 신차 뉴 X5의 ‘360도 서라운드 뷰’ 기능은 이더넷 통신 규격으로 운용된다. BMW가 이더넷 통신 규격을 채택함에 따라 향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적용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더넷 통신 방식이 당장 주력 차량 네트워크 표준으로 떠오르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신뢰성 이슈가 있기 때문이다. CAN의 경우 고온, 충격이나 진동 노이즈가 많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잘 견디기 때문에 주력 차량 네트워크 통신 표준으로 쓰이고 있다. 이더넷은 아직 CAN 만큼의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보안 위협도 크다. TCP/IP 프로토콜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먼 미래의 위협일 수 있으나 차량이 외부 통신망과 연동될 경우 해커에 의해 제멋대로 가속 페달이 밟힐 수도 있다.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통신 아키텍처를 보다 간소화하고 있는 것도 근래 차량 내 통신 분야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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