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경쟁사가 따라왔으면 좋겠다.”
지난 2일 진행됐던 기자간담회에서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SK텔레콤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3위 사업자 CEO는 1위 사업자를 겨냥해 호기롭게 “팔로미(Follow me)”를 외쳤고 SK텔레콤에 이어 KT도 당일 비슷한 요금제를 내놓으며 LTE 데이터 무제한 경쟁의 막이 올랐다. 경쟁사들에게 따라오라고 외친 LG유플러스는 생각보다 빠른 추격에 불쾌함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어찌됐든 LTE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 경쟁에 불을 붙이는데 성공했다.
LTE 시장에서 3위 사업자 LG유플러스 공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단말기 보조금 지급이 어려워지자 파격적인 요금할인으로 자사고객을 지키는 한편, LTE 리더십 유지를 통한 경쟁사 고객 유치 전략이다.
예전과 달리 절대권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SK텔레콤, 그리고 2위 자리가 위태해보이는 KT는 LG유플러스의 각성이 부담스럽다.
◆LTE 시대 기회잡은 LG유플러스=그동안 1~2위 사업자의 공세를 지켜보다 따라가기만 했던 LG유플러스는 LTE 시대가 열리며 파상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LTE 올인전략으로 낮은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계속해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고, KT가 내우외환을 겪는 사이 발빠르게 경쟁사 가입자를 대거 끌어안는데도 성공했다. 2G, 3G 시절의 '꼴등', '가난' 이라는 단어를 지워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과열보조금 논란의 주범이 돼 2주간 추가 영업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지만 만년 꼴등 'LG텔레콤'의 그림자를 지우는데 성공했다.
LG유플러스의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는 경쟁사들이 비슷한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요금제 자체를 통한 가입자 유치효과는 그렇게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2G 가입자의 LTE 전환으로 수익성 개선은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해 LG유플러스의 영업이익은 5421억원으로 전년대비 327%나 늘어났다. 월 2~3만원쓰던 고객들이 비싼 LTE 요금제로 갈아타면서 이익이 대폭 증가한 것이다. LG유플러스는 무제한 요금제를 낮추면서 다시 한 번 점프를 기대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이상철 대표는 “6만원대 이상 요금제를 쓰던 사람이 내려오는 것을 감안하면 연 1500억원 가까운 매출 손실이 올 것으로 본다”라며 “대신 영업이익은 유지할 수 있다. 주안점은 보조금으로 쓰던 것을 이쪽에서 경쟁을 해보자는 것으로 보조금이 줄어들면 이익은 늘어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LGU+ 상승세 변수는 KT=LG유플러스 상승세의 가장 큰 변수는 KT의 행보다. LG유플러스는 최근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과 사사건건 각을 세우며 대립하고 있다. 2위인 KT는 안중에도 없는 눈치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KT의 점유율이 계속해서 빠지는 것이 썩 바람직하지 않다. LTE 시대 들어서는 확실히 KT보다 LG유플러스가 더 부담스럽다.
SK텔레콤도 공세를 펴고 싶지만 SK텔레콤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이기 때문에 시장점유율을 계속해서 올릴 수가 없다. 50% 방어가 최선의 전략이다. 시장이 조용할 수록 SK텔레콤에 유리한데 LG유플러스가 자꾸 치고 나온다.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반면, KT는 계속해서 통신시장 지배력이 약화되고 있다. 유선시장은 계속해서 축소되고 있고, 유선에서의 실적악화를 메워야 할 모바일까지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KT는 지난해 4분기 149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점유율 30% 유지를 선언했지만 LG유플러스의 상승세를 감안하면 이 역시 쉬운일은 아니다.
LG유플러스는 알뜰폰 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고가의 LTE 요금제는 본진에서, 저가 요금제는 자회사 등을 통해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SK텔링크가 비즈니스 모델 발굴 차원에서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 것과는 목적 자체가 다르다.
이상철 부회장은 "점유율 20%를 빨리 넘어서라고 하지 않는다. 점유율을 자꾸 얘기하면 더욱 지키려고 한다. 잘하다보면 20%는 넘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큰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한 LG유플러스의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변수는 KT의 반격수위, 그리고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위치의 변화여부 등이다.
<채수웅 기자>woon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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