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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윈도XP 전환 계획 확정, 은행권 ‘울상’, ATM 업계 ‘화색’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금융당국이 금융자동화기기(CD/ATM) 에 탑재된 윈도XP 운영체제(OS)의 상위버전 전환을 2017년까지 완료하라는 내용의 권고안을 26일 내놓았다.

일부 CD/ATM의 경우 OS 교체만으로 금융당국의 권고에 대응할 수 있지만 기기 노후화로 상위 버전의 OS 탑재가 어려운 CD/ATM의 경우 교체가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2017년까지 은행들은 막대한 기기 교체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됐다.

금융당국은 업무용PC의 경우 오는 4월 8일까지 80% 이상 상위버전으로 전환을 유도하고 올해 말까지 100% 전환을 완료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CD/ATM은 올해부터 매년 20%이상 전환해 2017년까지 전환을 완료하도록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정기영 팀장은 “금융사들의 계획을 받아보니 2017년 이후까지 CD/ATM에 대한 전환계획이 잡혀있는 곳이 있어 이들 금융사에 좀 더 빨리 일정을 앞당겨 달라는 의미로 매년 20% 이상 교체, 2017년 완료를 내용으로 하는 권고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팀장에 따르면 규모가 작은 금융사의 경우 2년내에 CD/ATM의 윈도XP 상위버전 전환을 완료하겠다고 보고한 곳도 있지만 대형 금융사의 경우 시간이 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업무용 PC의 경우 기기 노후화로 운영체제 업그레이드가 곤란하더라도 인터넷 접속을 물리적으로 막아놓으면 된다는 점에서 은행 입장에서 큰 부담은 아니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CD/ATM의 경우 인터넷 망과 이미 분리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OS 교체를 금융당국이 권고한 만큼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A은행 관계자는 “보안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이를 외면할 수는 없지만 ATM의 경우 인터넷망과 독립돼 있어 PC와는 보안에 대한 위협의 정도가 낮다는 점을 감안해 정책이 추진됐으면 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ATM 업계는 겉으로는 차분한 신색을 유지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주판알을 튕기며 호재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ATM 업계에서 대규모 교체 수요가 발생한 것은 지난 2009년 5만원권 신권이 발행됐을 때가 마지막이다. 당시 은행들은 5만원권 유통을 앞두고 ATM 교체 및 업그레이드 작업을 추진했다.

다만 당시에는 ATM 기기 자체를 신형으로 교체하기 보다는 화폐권종을 인식하는 감별기 부품 교체 비중이 높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5만원권 입출금이 가능한 ATM의 보급률이 지난해서야 70%를 넘어서는 등 보급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교체수요도 주춤한 상황이었다.

이번 윈도XP OS 상위버전 교체를 위해서는 단순 OS 업그레이드 방법과 기기 자체를 교환해야 하는 방법 2가지로 나뉜다. OS업그레이드의 경우 ATM업체들은 인건비(실비)정도만 받고 교체하고 있으며, OS를 업그레이드 한다고 해서 해당 업체에 영업적으로 큰 호재를 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ATM 기기 교체의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실제로 국내 금융 ATM 시장의 연간 교체 수요는 평균 1만3000대 수준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권고안을 지키기 위해선 은행들이 평소 물량의 2배 이상을 매년 발주해야 하는 만큼 ATM 업계는 윈도XP로 인한 특수를 맞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2017년까지 금융자동화기기에 대한 고도화를 진행해야 하는 은행권에선 ATM 업체들과 협상을 통해 공급 가격을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발주하는 물량 규모가 큰 만큼 ATM 업체들과 ‘빅딜’을 통해 공급 가격을 최대한 낮추는 전략을 은행들이 쓸 가능성이 크다는 게 관련 업계의 관측이다.

한편 이번 기회에 CD/ATM의 운영체제 종속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MS 운영체제에서 벗어나 리눅스 등 오픈 기반의 운영체제 개발을 통해 매번 반복될 수밖에 없는 MS의 OS 지원중단에 대해 원천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

이에 대해 ATM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리눅스 OS를 CD/ATM에 탑재하고자 의뢰한 금융사는 없다. 하지만 금융사가 원할 경우 리눅스 OS 탑재는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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