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황창규 신임 CEO가 업무를 시작하자마자 암초를 만났다. 자회사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사안 자체가 불법인데다 자회사 관리 역량까지 의심받는 상황으로 확대되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KT의 신용등급을 A3에서 Baa1로 한 단계 낮췄다.
부임하자마자 주요 임원에 대한 인사, 조직개편으로 분위기를 다잡고, 바로 4분기 실적으로 발표 전임 CEO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는데 집중해왔던 황 CEO의 리더십이 첫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지난 6일 KT 자회사인 KT ENS의 한 직원은 금융권으로부터 2800억원을 대출받은 뒤 잠적해 업게에 충격을 던졌다.
KT와 KT ENS는 이번 대출 사기와 관련해 회사차원이 아닌 개인 비리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기가 수년간에 걸쳐 진행됐다는 점에서 KT는 물론, KT ENS 역시 조직 관리 책임에서 자유롭기는 힘들 전망이다.
이미 한차례 KT샛의 인공위성 판매 의혹이 KT를 강타한 상황에서 이번 사건은 큰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이석채 전 회장 시절 지적됐던 방만한 조직운영 지적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어서 앞으로 KT그룹의 자회사 기강잡기는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등급 하락도 황 CEO에게는 큰 부담이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KT에 대해 "무선통신 경쟁과열과 유선 매출 감소, 고비용 구조 등을 고려할 때 KT가 수익성을 회복해 A3 기준에 부합하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무디스의 지적은 이미 오래전부터 KT의 고민이었지만 마땅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경쟁사들이 만만치 않고, 이석채 전 회장 시절 돌파구로 여겼던 가상재화, 해외시장 개척 등은 별다른 성과가 없다.
그나마 KT스카이라이프 등 일부 자회사 실적이 괜찮았지만 성장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황 CEO 스스로가 통신시장에 승부를 걸겠다고 한 만큼, 연내 통신시장에서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신용등급 하락에 대한 우려를 잠재울 수 있다.
결국, 시작부터 암초를 만난 황 CEO가 결국은 삼성의 조직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는 한편, 수익개선을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석채 전 회장도 "인위적인 조직개편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2009년 6000여명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 한 바 있다.
본부 임원인사를 통해 과거와의 단절을 명확히 한 황창규 CEO가 어떤 법칙으로 위기의 KT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을지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KT 내부조직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에는 KT그룹 조직원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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