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비즈니스플랫폼(NBP) 준비 중인 ‘원더’라는 새로운 모바일 서비스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원더는 패션 기반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데, 이미 스타일쉐어라는 유사한 서비스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스타일쉐어가 신생 벤처기업이라는 점에서 NHN에 대해 논란이 있습니다. NHN이라는 대기업의 계열사가 신생벤처를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자라는 싹을 밟아버리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니시스의 창업자인 프라이머의 권도균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다소 거친 언어로 이를 비판했습니다. 그는 “IT기업 선배들이 동생들을 죽여서 크겠다고 하는 것”이라며 “해외로 나가서 큰 놈과 경쟁할 생각은 안 하고 동네에서 약탈을 일삼으면서 안주하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프라이머가 스타일쉐어의 엔젤투자자이기 때문에 권 대표는 더욱 화가 났을 것입니다.
비판자들의 관점은 왜 대기업이 신생벤처와 경쟁하려 드느냐는 것입니다. 그 사업이 하고 싶으면 차라리 인수하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대기업이 벤처를 적극적으로 인수해야 성공한 벤처가 늘어나고, 성공한 벤처가 늘어나 새로운 벤처가 많이 생기는 선순환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권 대표의 비판에 동의하지 않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엔젤투자자기관 중 하나인 패스트트랙아시아의 박지웅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NHN이 스타일쉐어를) 사서 (패션SNS에) 진출하건 아니건 그건 그들의 사업적 판단인데, 여기에 다소 과한 도덕적 잣대가 들이밀어지는게 좀 이상하다”라며 “독과점 규제는 필요하지만 미국에서도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들이 한국에서는 유독 도덕적 관점을 강하게 푸시한다”고 말했습니다.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패션 SNS라는 것이 스타일쉐어가 지적재산권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유사한 서비스는 이미 여러 개 있습니다. 해외에 핀터레스트라는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스타일쉐어 입장에서 보면 NHN 같은 대기업이 유사한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당혹스럽겠지만, NHN 입장에서 보면 정당한 비즈니스 행위입니다.
한 가지 궁금증은 ‘NHN이 스타일쉐어 인수를 검토했을까’하는 점입니다. NHN도 필요할 경우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서는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NHN은 첫눈(2006년) 큐브리드(2008년), 미투데이(2008년), 윙버스(2009년), 와이즈캣(2010년), 게임크루(2011년),브레인펍(2013년) 등 다양한 기업을 인수했습니다.
하지만 일단 NHN이 스타일쉐어 측에 접촉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A라는 기업이 B라는 기업을 인수할 때 도덕성이나 생태계를 위해 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 인수가 자사에 이득이 되는지만 철저히 따집니다. 그 이득이란 주로 인수할 회사의 제품(서비스)의 기술력 뛰어나거나, 그 회사의 인력이 우수할 때, 아니면 그 회사의 고객(사용자층)이 넓어서 한 번에 이를 흡수하고자 할 때 인수합병을 진행합니다. 인수를 잘못하면 조직이 융합되지 않고 분란만 일어나기 때문에 경영자들은 타기업 인수를 매우 신중히 접근합니다.
아마 NHN도 내부적으로 이런 기준을 가지고 스타일쉐어를 검토했을 것입니다. NHN 관계자에 따르면 “원더 개발에 앞서 주로 해외 SNS 동향을 공부했고, 스타일쉐어는 지난 해 말 존재를 알고 리뷰 했는데 원더와는 방향이나 기능이 다르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스타일쉐어 윤자영 대표는 의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윤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NHN 같은 큰 기업이 비슷한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것은 우리가 방향을 잘 잡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IT분야에서 기업의 규모가 경쟁의 큰 제약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카카오라는 신생기업이 카카오톡을 출시하자, NHN은 이와 유사한 네이버톡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네이버톡은 실패했습니다. NHN은 이후 ‘라인’을 새로 출시하고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를 펼쳤지만 국내에서는 카카오톡을 넘어설 수 없었습니다.
또 소셜커머스가 등장한 이후 국내 거의 모든 대기업이 이를 따라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살아남은 소셜커머스는 쿠팡, 티몬, 위메프, 그루폰 등 스타트업 출신들입니다.
스타일쉐어와 원더의 경쟁도 마찬가지입니다. NHN이 마케팅 역량에서 스타일쉐어에 비해 훨씬 앞서 있지만, 엄청난 장애물은 아닙니다. 결국 어떤 서비스가 사용자들에게 더 가치를 제공하느냐의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픽스플레이 프로라는 모바일 앱을 개발해 싸이메라 등과 경쟁해야 했던 젤리버스 김세중 대표는 아래와 같이 말했습니다.
“어떤 산업이든 죽지 않고 살기 위해서는 시장이 성장해서 거대한(Massive) 트렌드를 어느 정도는 만들어야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라이벌도 있어야 하고 경쟁도 충분히 거세져야 혁신과 발전이 도모된다고 생각한다”
[심재석기자 블로그=소프트웨어&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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