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SAP는 전 세계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장의 독보적인 1위 업체다. 특히 국내 시장의 경우 패키지 ERP 시장의 약 50% 정도를 SAP가 차지하고 있다. ERP뿐 아니라 고객관계관리(CRM), 공급망관리(SCM) 등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 SAP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반면 SAP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은 상당수가 오라클 DB를 기반으로 운용된다. 특히 국내의 경우 정도가 더 심해, SAP ERP를 운용하는 거의 대부분의 기업들이 오라클 DB를 이용한다. SAP와 오라클은 ERP 시장에서는 최대 경쟁자이지만, ERP와 DB의 궁합으로는 최상의 파트너인 셈이다.
그러나 SAP는 이런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2년 전부터 HANA라는 인메모리 DB 어플라이언스를 앞세워 DB 시장에 노크해왔던 SAP는 최근 ‘SAP 비즈니스 스위트(SAP Business Suite)'라는 ERP를 출시했다. SAP 측에 따르면, 이는 HANA 상에서 최상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최적화 된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스위트다.
SAP가 노리는 지점은 명확하다. 자사 ERP 고객들이 오라클 DB가 아닌 SAP HANA를 사용토록 하는 것이다. SAP ERP고객만 DB를 HANA로 바꿔도 SAP는 단숨에 DB 시장 2위로 올라설 수 있다.
SAP측은 이에 대해 매우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SAP코리아 김희배 상무는 "SAP의 전략은 전사 아키텍처를 인메모리 기반으로 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올해 국내 DB 시장의 2위가 목표"라고 말했다.
SAP의 이같은 전략에 대해 분석가들은 일단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한국IDC 황성환 선임 연구원은 "점차 메모리 가격이 하락하고 CPU 성능도 좋아지고 있어 인메모리를 적용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면서 "대규모 ERP도 HANA상에서 구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이어 "오라클이나 IBM이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ERP에 인메모리 DB를 내장한 것이 파급력이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그러나 오라클 측은 ERP용 DB는 성능보다 안정성이 최우선이라며 SAP의 전략이 파급력이 낮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오라클 한 관계자는 "ERP DB는 성능만 빠르다고 선택되는 것이 아니다"면서 "안정성이 최우선 가치인데 SAP HANA는 이런 점에서 검증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ERP처럼 핵심 업무용(미션 크리티컬한) 시스템은 한 시간만 중단돼도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다. 당장 기업의 비즈니스가 중단되기 때문이다. 반면 현재 HANA가 주로 공급된 데이터웨어하우스 시스템이 중단됐다고 회사 전체가 마비되지는 않는다.
DB업계 한 관계자는 "오라클이 많은 비판을 받으면서도 국내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던 배경은 다른 DB는 불안하다는 인식 때문"이라면서 "인메모리 DB가 기업들의 이런 인식을 넘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SAP 측은 "HANA는 고가용성 등 엔터프라이즈 환경에 맞는 수준을 확보했다"면서 "해외에서는 빠른 도입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도입한 기업들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SAP의 ERP 기반 DB시장 진출이 오라클보다는 IBM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앞서 언급한 DB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는 오라클이 너무 비싸고 고자세라는 반(反) 오라클 정서도 있다"면서 "이를 이용해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IBM의 경우 오라클의 대안으로 SAP HANA가 등장했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한국IBM 소프트웨어그룹 김욱 정보관리사업부장은 "국내에서 SAP ERP용도로 IBM DB2를 활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면서 "ERP용 HANA가 등장한다고 해도 국내에서 IBM DB2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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