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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거나 이동 중일 때 휴대폰 쓰지 말라고?…황당한 사용설명서 왜?

- ‘갤럭시S3’ 사용설명서 논란…업체, 블랙컨슈머 대응 탓에 오해 불러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최근 ‘갤럭시S3’ 사용설명서가 논란이 됐다. 사후서비스(AS) 책임을 사용자에게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었다. 삼성전자는 바로 사과와 문구 교체를 결정했다. 이런 일은 왜 발생했을까.

사용설명서는 회사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매개체다. 제품과 관련 모든 내용이 들어간다. 종이 사용서는 없어지는 추세지만 기업들은 전자문서 등으로 반드시 사용자에게 제공한다. 특히 주의사항에 신경을 쓴다. 혹시나 생길 수 있는 소비자와 기업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걷거나 이동 중일 때 휴대전화 사용에 주의하세요.’ 이 문구는 휴대폰 제조사 대부분 대동소이한 내용으로 사용설명서에 꼭 넣는다. 휴대폰을 이동하면서 쓰지 말라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일견 황당한 이런 내용이 사용설명서에 들어가기 시작한 것은 제품 사용으로 인해 손실을 입거나 손해를 본 사람이 건 소송이 빈번해져서다. 소비자가 승소하는 경우 판결 근거는 사용자에게 주요 정보를 전달하지 않아서다. 기업 입장에서 이런 위험을 줄이려면 별 수 없다.

갤럭시S3 설명서에서 논란이 된 ‘화면 잔상 및 얼룩 발생’에 대한 안내 문구도 그래서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부터 아몰레드(AMOLED) 디스플레이를 스마트폰에 본격 적용했다. 잔상 현상은 특정 이미지가 고정된 상태로 화면을 장시간 켜 놓거나, 동일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구동될 경우 그 이미지가 없어지지 않고 화면상에 남아 있는 현상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사용자는 대부분 이런 경험을 하지 못한다. 의도적으로 장시간 화면을 유지해야하기 때문이다. 화면에 문제가 생길 때까지 배터리가 남아나지 않는다.

그런데 작년 상반기부터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 갑자기 디스플레이 불량으로 제품 교체를 요구하는 사용자가 급증했다. 원인은 관련 내용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며 이를 악용하는 사람이 늘었던 것이었다. AS를 위해 제품을 보면 쉽게 드러나는 내용이다. 이같은 소위 블랙컨슈머를 걸러내기 위해 관련 문구를 넣었던 것이다. ▲휴대전화를 난로, 전자레인지나 가열 조리 기구, 고압 용기 등에 가까이 두거나 안에 넣지 마세요 ▲어린이나 유아 또는 애완동물이 휴대전화, 배터리를 빨거나 물어뜯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등도 이런 사례다. 최근 해외에서 발생한 갤럭시S3 발화 논란 역시 구매자가 전자레인지로 제품을 가열한 것이 원인이었다.

사실 사용설명서에 주의사항이 추가되는 경우는 실제 사건 사고가 발생한 뒤가 많다. 드럼세탁기가 대표적이다. 현재 드럼세탁기 설명서에는 ‘어린이가 세탁기 안에 들어가면 갇히게 돼 숨질 위험이 있다’는 문구가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 그래도 사고가 끊이지 않자 KS표준까지 바뀌었다. 5세 이하 어린이가 안에서 밀면 열리도록 했다.

제조사 관계자는 “사용설명서에 있는 주의사항은 대부분 사용자가 지켜야할 내용을 권고하는 것이지 일반적 사용 환경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부 잘못된 방법을 이용하는 사용자가 아니라면 AS 등은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라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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