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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태블릿 포기한 시스코

[디지털데일리 이유지기자] 시스코가 업무용 협업 태블릿 ‘시어스(Cius)’ 투자를 중단한다고 최근 선언했다. 고객의 특정한 요구에 따라 계속 공급할 방침이지만 기능과 성능 향상을 위한 투자는 더 이상 없다고 기업 블로그를 통해 밝혔다.

시스코는 안드로이드 기반의 7인치 크기의 기업 전용 태블릿인 ‘시어스’를 지난 2010년 6월 처음 발표했다. 당시는 애플이 아이패드를 출시해 큰 관심과 인기를 모은 탓에 태블릿 시장이 술렁이던 때였다. PC·스마트폰 제조사들 사이에서 네트워크 업체인 시스코의 ‘시어스’ 발표는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물론 당초 2011년 초에 출시한다고 했던 것과는 달리 ‘시어스’는 지난해 하반기에 들어서야 정식 공급을 시작했다. 적어도 3년은 이 태블릿 개발에 투자가 이뤄졌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시스코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결국 사업을 그만두게 됐다. 애초에 시스코는 잘못된 선택을 했고, 과욕을 부리다 시스코를 겨냥하고 있는 모든 업계 경쟁사들에게 가십거리만 제공해준 셈이 된 것일까?

누군가는 애플과 같은 제조업체 단말 시장을 넘보다 아이패드의 위세에 결국 항복한 것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시어스’ 중단 선언 소식을 접하면서, 자연스레 다른 사례도 연상됐다. 지난해 시스코는 존 챔버스 회장이 강도높은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한 뒤 구조조정을 했다. 그 사이에 컨슈머(개인)용 플립 휴대형 비디오카메라나 ‘유미(Umi)’와 같은 가정용 텔레프레즌스 사업을 접었다.

적어도 시스코가 시장 예측을 잘못하긴 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시스코가 인정했듯이 개인의 기기를 업무에 활용하는 ‘BYOD(Bring Your Own Device)’ 트렌드가 이렇게 널리 유행할지 미처 알지 못했다. 불과 2년 전과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예를 들어 전화기와 컴퓨터 모두 예전에는 개인과 기업용 시장이 따로 존재했지만, 그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고 있다.

시스코는 ‘시어스’를 버리기로 결정한 대신에, 다양한 태블릿·스마트폰에 적용되는 협업 소프트웨어 제공에 더 주력할 예정이다.

사실 시스코는 포스트 PC, 포스트 IP폰 시대에 맞는 협업 환경 지원을 위한 솔루션을 공들여 준비해 왔다. (아직 모든 환경을 지원하는 제품이 나오지 않은 상태였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최근 가장 각광받고 있는 모바일, 고화질의 비디오(영상), 가상데스크톱인프라(VDI), 기업소셜네트워크 지원 기능을 완비한 협업 제품 라인업을 모두 갖췄다고 과시했다.

언제, 어디서나, 어떤 기기로든 업무를 보고 협업할 수 있는 환경 제공하는 핵심 솔루션으로 올인원 통합커뮤니케이션(UC) 솔루션인 ‘시스코 재버’와 웹 컨퍼런싱 솔루션인 ‘시스코 웹액스’를 내세우고 있다.

누구나 쉽게 시스코 협업 솔루션을 사용할 수 있도록 무료 영상통화 애플리케이션인 ‘재버비디오 포 텔레프레즌스(Cisco Jabber Video for TelePresense)’까지 내놨다.

지금와서 보면 ‘시어스’ 개발 중단 발표는 시간문제가 아니었을까 싶다. 기업용 협업 단말기인 ‘시어스’를 포기한다고 굳이 공식화하지 않았어도, 자연스레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시어스’는 태블릿 업계의 경쟁대상도, 시장의 관심 대상도 아니었다.

결국 ‘시어스’는 제대로 사용자를 확보하지도 못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그러나 개인적으론 ‘시어스’에 시스코가 완전히 헛투자했다고 평가하지 않는다. 시스코가 현재 BYOD 시대에 맞는 협업 기능과 솔루션을 갖추는데 상당히 기여했을 것이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요구가 바뀌었는데 과거에 들인 투자가 아까워 손을 놓지 못하고 매여 있다 실제 지금 필요한 곳에 주력하지 못하는 것보단 훨씬 현명한 선택이다. 그런 면에선 시스코는 ‘타임투마켓(Time to Market)’에 충실한 결정을 했다.

<이유지 기자> yj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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