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16일 오전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며“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담담하게 답했다.
나아가 최 부회장은 “삼성전자도 자체 운영체제(OS)를 가지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MS)의 OS를 활용할 수도 있다”며 “휴대폰 사업이 단순하게 OS만 가지고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멀티 OS 전략을 가져가면서도 바다 등 자체 OS을 키우고 있고 광고·콘텐츠 등 다양한 자체 플랫폼도 개발 중”이라며 “경쟁업체와 비교하면 이 같은 상황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삼성전자 CEO의 이 같은 긍정 섞인 메시지와는 별개로 회사 안팎의 분위기는 긴장 그 자체다.
물론 레리 페이지 구글 CEO는 특허 확보 차원에서 모토로라를 인수했을 뿐 인수 이후에도 안드로이드 OS의 공급 체계는 변함이 없다고 시장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현재 시장이 우려하는 것은 이 같은 약속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 그 누구도 알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가 전 세계 IT 산업에 지각 변동을 불러올 것”이라는 시장 전문가들의 예측은 분명히 논리적 개연성을 가지고 있다.
IT업계의 전문가는 “삼성전자는 애플 뿐 아니라 같은 편으로 생각했던 구글과도 긴장 관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게 됐다”며 “자체적인 생존 방안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기자는 언젠가 삼성전자측 관계자로부터 “멀티 OS 전략은 제조업에 기반을 둔 삼성전자가 꾸준하게 이익을 내면서 자체 플랫폼을 키우는 데 가장 적합하다”고 말한 것을 들은 기억이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에 집중하는 대신 자체 OS인 바다에 비중을 더 뒀다면 지금쯤 경쟁력을 완벽하게 갖췄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단기적인 이익은 포기하더라도 내 것에 집중을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구글이 돌변한다면 삼성전자는 최 부회장의 발언대로 MS의 스마트폰 OS인 윈도폰7의 탑재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릴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이처럼 멀티 OS 전략을 오래 고수할 수록 바다 OS는 수면 위로 올라오기가 힘들 것 같다. 지금이야 말로 남의 것이 아닌, 내것의 경쟁력을 키워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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