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진공 상태에서 디스크 원판이 쉴 새 없이 돌고 바늘 모양의 헤드가 원판 위를 헤집는다.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가 데이터를 읽고 쓸 때는 이러한 물리적 움직임이 있다.
HDD는 오랜 기간 컴퓨터의 주 저장장치로 사용돼 왔다. 모터 성능을 높이고 데이터를 전송하는 규격(대역폭)을 업그레이드 하는 방식으로 진화를 거듭했다. 그러나 기계적 장치라는 한계로 더 이상의 속도 향상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반도체의 한 종류인 낸드플래시를 활용하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는 하드디스크를 대체할 차세대 저장장치로 각광받고 있다. 물리적 작동을 겸하는 HDD와는 달리 0과 1의 전기적 신호로만 작동한다. 속도가 빠르고 전력 소모량이 적은 게 장점. 발열이 없고 외부 충격에도 강하다.
고급 사용자들은 SSD를 ‘마약’에 비유한다. 한 번 써보면 두 번 다시 HDD로 돌아갈 수가 없다는 데 대부분 의견을 함께한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일반 소비자용 SSD(470시리즈)를 써보니 이 같은 의견은 충분히 공감되고 동의할 만한 것이었다.
HDD에 저장된 파일들을 이미지로 압축하고 이를 SSD로 복사한 뒤 그대로 풀었다. 동일한 환경에서 HDD를 SSD로 바꿨을 뿐인데 평균 1분 20초가 걸렸던 부팅 시간(전원을 켜고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까지)이 35초로 줄어들었다. 전원을 끄는 시간도 20초 이상 걸렸는데 SSD로 바꾼 뒤에는 10초면 가능했다.
아래아한글이나 인터넷익스플로러 등 각종 응용 프로그램을 수행할 때 HDD 환경에선 데이터를 읽어오느라 1~2초 가량 기다려야 했다. SSD를 달아놓은 상태에선 아이콘을 더블 클릭하자 마자 곧바로 창이 뜬다.
전문 벤치마크 프로그램인 크리스탈디스크마크를 설치해 HDD와 SSD의 전송 속도를 비교해봤다. 500MB 용량의 파일을 5번 읽고 써서 평균 속도를 구했다. HDD는 읽기 속도가 초당 74MB, 쓰기 속도가 초당 71MB 나왔다<사진 왼쪽>. 반면 SSD는 초당 247MB를 읽고 초당 228MB를 쓸 수 있었다<사진 오른쪽>. 3배 이상 빠른 것이다. 체감 속도는 3배 이상이다. SSD로 바꾼 뒤에는 배터리 지속 시간도 20% 가량 길어졌다. 전력 소모량이 HDD 대비 낮기 때문이다.
PC 업그레이드를 고려한다면 HDD를 SSD로 바꾸는 걸 추천한다. 체감 성능을 높이는 데에는 HDD를 SSD로 바꾸는 것이 가장 좋다는 평가다.
걸림돌은 가격. 256GB 용량을 가진 삼성전자 SSD 470 시리즈의 가격은 60만원대 중반이다. 2TB 용량의 HDD는 10만원 이쪽저쪽이면 구입할 수 있다. SSD의 보급 속도가 더딘 이유다. 그러나 한 번 맛을 보면 끊기가 힘들다. 삼성전자가 일반 소비자용으로 내놓은 SSD 470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2달 만에 1만대가 넘게 팔렸단다. 팔릴 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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