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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만한 아우 없다 했는데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최근 행보를 지켜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생각이다.
LG전자의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는 부품 기업이다. 기업이 고객이며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을의 입장에 서 있다. 고객의 요구에 따라 제품 가격을 낮춰야 하고 공급량이 초과할 경우 주력 제품을 원가 이하로 팔아야 하는 태생적 한계도 갖고 있다.
완제품 기업과 공조해 기술력과 경쟁력을 높이는 것 또한 부품 기업이기도 하다. LG디스플레이 단독으로 그 유명한 레티나 디스플레이 같은 혁신 제품을 만들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LG전자가 해야 할 역할을 스마트폰 시장 최대 경쟁자라 할 수 있는 애플의 도움을 얻은 것이다.
삼성전자가 AMOLED로 마케팅에 열을 올릴 때 LG전자는 LCD로도 충분하다고 대응했다. LG디스플레이가 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AMOLED 대응이 늦은 것도 따지고 보면 LG전자의 탓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와서 애플의 도움으로 개발된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LG전자가 채용하겠다고 나서면 진상도 그런 진상이 없을 것이다.
공급과잉으로 가뜩이나 수익성이 바닥을 치고 있는데 TV사업부문의 실적 개선을 위해 패널 구매 가격을 인하하겠다는 압력이나 가하고 있는 LG전자다. 긍정적 시너지 효과는 전무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와의 기술 논쟁을 논외로 접어둔다면 LG디스플레이가 새롭게 개발한 편광 방식 3D 패널은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 혁신을 이룬 제품이라 할 수 있다. 부품 기업이 자발적으로 이룬 혁신이 완제품 업체의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룹 차원의 시너지는 없다. 일본 도시바, 미국의 비지오, 중국의 하이얼과 같은 잠재적 경쟁 업체에도 똑같은 기술, 똑같은 제품이 적용된다. LG전자가 먼저 벌었어야 할 돈을 미국, 일본, 중국 TV 업체들이 같은 시기에 나누어 벌 것이란 얘기다. 형님이 책임을 다하지 않으니 자격도 권한도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애플과 레티나 디스플레이 사례와 비교하면 참으로 상반되는 구조다. 권영수 대표가 애플 덕을 제대로 봤다고 했는데, LG전자 덕을 봤다고 말했어야 그룹 차원에서 시너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래서야 구본준 대표의 체면도 말이 아니다.
LG전자는 이런 와중에 셔터글래스 방식 3D TV의 단점을 논하며 편광 방식 3D 제품을 주력으로 밀고 있다. 그렇다고 셔터글래스 제품을 다루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다. 중심을 잡지 않으니 마케팅·광고 메시지도 일치시켜 내보내기가 어려울 것이다. 사람이 바뀌고 조직이 개편되어도 그대로인 LG전자다. 한편으로는 그룹 내 부품맨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권영수 대표의 입지가 작년 다르고 올해가 다르다는 느낌이다. 차기 LG전자의 대표직을 생각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한주엽기자 블로그=Consumer&Prosu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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