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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내가 쓰는 김치냉장고가 슈퍼컴에서 연구됐다고?”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장착된 코어수만 2만 8672개, 3400개의 노드(프로세싱 단위), 하드디스크 용량은 1.2페타바이트(PB). 백업 용량만 2.4PB.

이는 최근 구축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퓨터 4호기 중 오라클(썬마이크로시스템즈)이 구축한 초병렬시스템부문(MPP)의 사양이다.

1초에 324조번이나 연산처리가 가능한 이 슈퍼컴퓨터 4호기는 현재 수자원공사가 수행하는 4대강 주변 기후 예측(홍수 등)이나 핵융합 연구소, 전기자동차 충돌 시뮬레이션 등에 다양한 산업군에 사용되고 있다. 현재 KISTI가 지원하는 기관(산‧학‧연)의 숫자만 해도 235개에 달한다.

 

17일, 대전 KISTI에서는 슈퍼컴퓨터 제 4호기의 사용자 서비스 오픈 기념 행사가 개최됐다. KISTI 슈퍼컴퓨팅센터 이지수 박사(본부장) <사진>는 “슈퍼컴 4호기는 5년 전 구축된 슈퍼컴 3호기에 비해서는 1000배 이상 성능이 높아진 것”이라며 “이처럼 슈퍼컴퓨터 성능은 엄청난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1988년 크레이2S 시스템(슈퍼컴1호기)를 구축한 이래, KISTI는 22년간 국가슈퍼컴센터를 운영해 왔다”며 “슈퍼컴퓨터는 연구 개발의 정합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우주 탐구나 단백질 분석, 금융 및 컴퓨터 그래픽스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는 만큼, 한 국가의 국가과학기술의 역량과 동일시된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우주진화구조에 대해 연구하는 한 박사의 개인 연구를 지원하며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우주시뮬레이션 실행했고, 위니아만도의 김치냉장고인 ‘딤채’의 효율성 시뮬레이션에 이용되는 등 일반기업의 제품 개발에 활용되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처럼 KISTI 슈퍼컴을 통한 산업체 지원 사례는 현재까지 총 200건, 매년 30~40건이 진행되는 등 일반 산업군에서 활용되고 있는 자원이 전체 슈퍼컴 자원의 절반 가량 된다”며 “자원이 부족해서 못할 뿐 슈퍼컴을 통해 연구 및 개발될 수 있는 사례는 엄청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공연구를 위해 현재 전체 용량의 30%을 지원하고 있는데, 서버 가동율이 70~80%가 넘는다”며 “이는 일반 기업의 서버 가동율이 20~30% 수준인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높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KISTI의 슈퍼컴 4호기는 지난 2007년부터 총 6100만달러(한화로 약 700억원) 금액이 투입, 총 4차례의 시스템으로 나눠서 구성됐다. IBM이 구축한 대용량시스템부문(SMP) 1, 2차와 오라클(썬)이 구축한 초병렬시스템부문(MPP) 1, 2차 시스템으로 총 4개 시스템이다.

IBM이 구축한 SMP의 경우 안정성이 높은 대신 가격 또한 높기 때문에 미션 크리티컬한 업무에 사용되는 반면, 오라클(썬)이 구축한 MPP는 빠른 연산이 필요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오라클이 구축한 1차 시스템의 경우 AMD의 바르셀로나 프로세서 기반으로 구축됐으며, 핵심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 2차 시스템은 인텔의 네할렘 프로세서(4코어)가 탑재된 썬 블레이드 시스템 6048 기반의 클러스터형 아키텍처로 구성됐다.

 

현재 KISTI의 슈퍼컴은 10기가 밴드위스로 연결돼 전세계 11개국이 참여하는 국가연구망인 ‘글로리아드’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무상지원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산업 분야를 지원하고 있다.

이 박사는 “현재 KISTI는 국내 유일의 슈퍼컴 공동 활용시설로 매년 100개 정도의 연구를 지원하고 있으며, 단순히 자원 제공 이외에 사용자 특화 환경을 구성해주는 ‘e-사이언스’ 프로그램을 통해 고에너지 물리학이나 신약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5년 후인 2013년에 구축될 슈퍼컴퓨터 5호기는 약 20~30페타플롭스(PFlops) 규모로 도입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이 박사는 “현재 국내 슈퍼컴퓨터라는 것이 사실상 KISTI와 기상청 2개의 기관에 불과한데, 각 기관별로 도입하는 것보다는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슈퍼컴은 단지 도구일 뿐이고 이를 통해 좋은 연구와 좋은 제품 및 서비스에 활용되는 만큼 인력양성과 기술개발, 활용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전=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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