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 휴대폰 시장 2달 연속 하락…KT 가입자 유출 7개월째 지속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의 마케팅 비용 규제 움직임에 이동통신시장이 주춤했다. 번호이동 시장 성장률은 예년에 비해 저조한 수치를 기록했으며 휴대폰 시장은 전월대비 급감했다. 스마트폰 경쟁을 앞두고 제한된 비용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통신사와 제조사들 모두 몸을 낮춘 상황이다.
1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 3월 이동전화 번호이동자 규모는 68만320명으로 전월대비 11.4%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07년 번호이동제도가 통신 3사로 확대 시행된 이후 3월 증가율로는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통상 번호이동 규모는 3월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5월과 6월경 최고치를 기록해왔다.
◆3월, 정부 경고에 몸 낮춘 통신사·제조사=휴대폰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휴대폰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휴대폰 시장 규모는 147만대~157만대로 추산된다. 삼성전자는 157만대, LG전자는 147만대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2월 184만대~189만7000대에 비해 15%~22.5% 감소한 수치다. 2개월 연속 감소세다.
이동전화 관련 시장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정부의 규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방통위는 지난달 초 통신사의 마케팅 비용을 매출의 20%로 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스마트폰 경쟁이 시작됐지만 신제품이 충분히 나와있지 않아 사용자들이 구매를 미룬 것도 원인이 됐다. 시장 상황을 관망하며 실탄을 비축하고 있는 통신사들의 소극적인 태도와 제조사들의 스마트폰 대응 지연이 시장 위축으로 나타났다.
실제 SK텔레콤이 윈도모바일 운영체제(OS) 스마트폰에서 안드로이드 OS 스마트폰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면서 삼성전자의 월간 판매량과 점유율이 모두 감소했다. SK텔레콤 역시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만에 KT와 LG텔레콤 모두에 가입자를 내줬다.
◆삼성 옴니아 2 60만대 돌파…안드로이드폰 출시 지연이 옥의 티=삼성전자는 지난달 82만5000대의 휴대폰을 공급해 점유율 52.5%를 기록했다. 전월대비 판매량은 18만대, 점유율은 4.8%포인트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당초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3월부터 SK텔레콤을 통해 판매하려고 했으나 납품이 늦어졌다. 4월 중순 이전 출시도 불투명하다.
다만 아이폰의 대항마 역할을 하고 있는 옴니아 2 모델의 판매량이 60만대를 돌파한 성과가 돋보였다.
LG전자는 지난달 최악의 부진을 딛고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상승세로 이어질지는 속단하기 이르다는 평가다. LG전자는 지난 3월 35만대의 휴대폰을 출고해 23.8%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전월대비 판매량은 3만5000대 줄어들었지만 3.8%포인트 점유율이 올라갔다.
LG전자의 회복은 LG텔레콤 전용으로 내놓은 퀄컴 스냅드래곤 CPU 탑재 ‘맥스폰’이 이끌었다. 스마트폰 제품군이 부족한 LG텔레콤은 ‘맥스폰’에 보조금을 집중하고 있다. LG텔레콤은 이에 힘입어 SK텔레콤과 KT 모두에서 총 5745명의 가입자를 유치하며 지난 3월 번호이동 시장에서 승자로 자리 잡았다. LG전자는 국내 첫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원’을 KT에 5만대 공급했다.
◆아이폰, 누적 판매 50만대 돌파…애플 ‘웃고’ KT ‘울고’=애플의 ‘아이폰’은 3월에만 11만대가 개통되는 등 출시 4개월만에 누적 판매량 50만대를 돌파했다. 지난해 11월28일 출시 이후 매일 4000명 이상이 ‘아이폰’을 구매한 셈이다.
KT 개인고객부문 표현명 사장은 “아이폰을 출시한 세계 88개국 중 1년 내 50만대를 돌파한 국가는 미국 등 7개국에 불과하며 이미 300만을 넘어선 일본도 50만명 돌파에 7개월이 걸렸다.”며 “이처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의 아이폰 가입자 증가세는 우리 이동통신시장의 데이터서비스 성장잠재력과 KT의 무선데이터 시장 성장전략(Data Explosion)이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KT는 ‘아이폰’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7개월째 번호이동 가입자가 순감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이폰’에 집중된 마케팅 후유증 탓으로 보인다.
한편 이에 따라 이동전화 관련 시장은 4월 중순 이후에나 활기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팬택의 안드로이드폰이 판매가 본격화 되면 통신사와 제조사들의 전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 1분기 실적이 마감됐기 때문에 어느정도 마케팅 비용 사용이 자유로워진 것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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