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유례없는 세계 경기 침체 속에서 삼성전자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7일 삼성전자는 실적 예고공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잠정 매출액 39조원, 영업이익은 3조 7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를 2009년 한해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계산해보면 각각 136조 500억원의 매출과 10조 92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의 경우 반도체와 LCD가 호황이었던 2004년 11조 7500억원 이후 최대 호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2008년 121조 2900억원을 넘어선 사상 최대치다.
◆삼성의 위기관리 빛났다=2008년 가을부터 시작된 세계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삼성전자는 주력이던 반도체, LCD 사업의 상황이 최악으로 흘러갔다. 2008년 4분기 삼성전자는 9400억원의 분기 적자를 기록했었다. 삼성전자가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0년 3분기부터 분기 실적을 발표한 이래 9년 만에 처음이었다.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회사를 부품(DS)과 세트(DMC)로 나누고 효율 경영에 나섰다. 이윤우 부회장이 부품에 대한 원가 제고를, 최지성 대표(전 사장)가 완제품 부문의 블루오션을 창출하는 투톱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효율 추구 경영체제를 지향했다.
이러한 위기관리로 국내외 IT 기업들이 실적악화에 시달리는 동안 삼성전자는 지난해 1분기 1조 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단숨에 흑자로 전환했다.
2분기에는 전사 차원의 원가 절감과 비용 효율화 노력으로 반도체, LCD, 정보통신, 디지털미디어 사업이 모두 흑자를 달성했다. 특히 디지털미디어 사업부에선 LED TV 등 수익성 높은 신제품의 판매호조로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해 새로운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난해 3분기에는 반도체와 LCD가 각각 1조원대의 영업이익을 회복했다. 이에 따라 연결기준 4조원대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3분기 4조 2300억원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증권가 예상치인 3조 6000억~3조 7000억원에 부합하는 수치다. 특히 반도체 사업이 빛을 발하면서 전체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장열 현대증권 애널리스트 “4분기 삼성선자 실적은 반도체가 견인했다”며 “D램 가격 인상 등으로 인해 반도체 영업이익이 3분기 1조1500억원보다 늘어난 1조9000억원 수준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효율을 추구한 내부 경쟁력 강화가 지난해 호실적의 배경”이라며 “부품 사업의 원가 제고와 완제품 부문에서 LED TV 등 고부가가치를 가지는 프리미엄 시장을 개척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2010년 더 좋다, 공격적 행보=삼성전자는 지난 해 말 최지성 대표 단독 체제로 전환하고 조직의 스피드와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 ‘전사-부문-사업부’ 체제를 ‘본사-사업부’ 체제로 전환했으며 기존 10개 사업부를 7개 사업부로 재편했다.
이는 생존차원의 수비적인 위기 대응 전략에서 벗어나 마켓 리더로서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공격 경영 전략의 신호탄으로 여겨지고 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한 이후 향후 이익 창출 능력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0 행사에서 “바로 1년 전 세계적 경기침체로 인해 생존을 걱정할 만큼 암울했으나, 삼성전자는 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냈다”며, “올해는 전 제품이 전 지역에서 절대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역동적인 경영을 해 나갈 방침"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연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삼성전자의 향후 행보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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