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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델, 그리고 델코리아의 변화

델이 ‘세계 1위 PC 제조업체’라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부정적 의견이 많다. 1위는 고사하고 대만 PC 제조업체인 에이서에 2위 자리도 뺐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IDC자료에 따르면 델은 올해 1분기 전 세계 PC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6% 이상 급감한 13.6%를 기록했다. 에이서는 11.6%로 델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델은 하락세이고 에이서는 상승세다.


올 하반기 델에게 굴욕적인 최악의 발표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델의 추락에 판매 방식을 얘기하는 사람이 많다. 맞다. 궁극적으로는 판매 방식의 문제다. 그러나 조금 더 깊게 들어가서 원인을 캐보면 조금 다른 얘기가 나온다.


일반 소비자용 제품에서 매출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델의 추락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델의 매출 비중은 기업 부문이 7, 일반 소비자 부문이 3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담당자에 따르면 델코리아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난리다. 넷북도 여러 종류 내놓고 엄청나게 비싼 아다모란 녀석도 출시했다. 아다모는 가격이 다소 높아 많이 팔릴 거란 기대는 없으나 상징적 의미가 있다. 못생기고 투박한 노트북만 만들었던 델이 이 정도로 멋진 노트북을 만들 수 있다는 일종의 암시 효과를 준다.


소비자를 유혹할 만한 제품을 많이 만들어두면 확실히 매출은 늘어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전략은 잘 세웠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장점도 사라지고 있다. 델 PC가 과거보다 저렴하다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대만제 노트북이 저렴했으면 저렴했지, 델 제품이 저렴하진 않다. 아다모의 경우 애플 맥북 에어보다 가격은 높은데 오히려 사양은 낮은 것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국사람 입장에서 보면 일반 소비자 부문의 서비스 개선도 시급하다. 델코리아 얘기다.


일단 델이 자랑하는 ‘저렴한 온라인 구매’시, 배송에 걸리는 시간이 2주에서 한 달 이상 걸리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예전 같으면 “그래도 싸니까…”라면서 위안을 찾았지만 지금은 그만큼 가격이 저렴하지 않다.


중국 대련에 위치한 델코리아 배송 관련 조선족 콜센터 직원의 불친절은 도가 지나치다. 심지어 고객에게 소리치며 싸움을 거는 직원이 있다고 분통을 터뜨리는 사람도 있다.


델코리아는 배송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 발송 거점을 중국 상하이 등 한국에 조금 더 가까운 곳으로 옮길 계획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판매 관련 전담 인력이 국내에 상주하고 있는 비즈니스 부문과는 서비스 질적 차이가 여전히 존재할 수 밖에 없다.


판매 방식의 변화로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지만 이 때문에 생기는 불만도 적지 않다.


델은 제품을 만들어서 창고에 쌓아둔 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그때 제품을 조립해서 배달하는 BTO(built-to-order), 즉 무재고 생산과 중간 유통 마진이 없는 직접 판매 방식으로 질 좋은 제품을 값싸게 판매해왔다.


그러나 국내에서 인스피론 미니 등 일부 제품은 BTO 적용이 안 된다. 이는 매장판매 등을 고려해 한 가지 사양을 콕 짚어서 대만 업체에 ODM(제조업자 설계생산)을 맡겼기 때문이다.


BTO는 무재고 생산과 직접 판매 방식을 위한 일종의 장치라고 치부해버릴 수도 있겠으나, 여러 가지 부품을 입맛에 맞게 골라서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소비가 가능하다.


그러나 인스피론 미니 등 몇몇 제품은 사양이 딱 정해져 있어서 누군가는 해외에서 직접 물건을 구입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실제로 6셀 배터리와 고해상도를 지원하는 액정을 단 인스피론 미니를 해외서 구입한 소비자도 많다.


일반 소비자 제품은 결코 만만한 시장이 아니다. 제품을 잘 만드는 건 기본이고 서비스 정신이 필요하다. 델은 판매 방식에 있어 기존 장점을 없애지 않으면서 새로운 방식을 섭렵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주엽 기자> 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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