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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하고도 3대째..." 사원에서 사장으로 퇴직하는 회사

서울시스템 창립 40주년 특별 인터뷰 下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세대를 이어 물려받는다'는 의미의 '세습(世襲)'. 보통 기업이나 정치 분야에서 좋지 않은 의미로 쓰인다. 특히 무일푼 창업주가 자수성가로 세운 기업이 몇 대에 걸쳐 '부자세습'되는 일은 한국에서 꽤 흔하다. 이 때문에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기업 창업주들이 은퇴하며 유능한 직원에게 자리를 넘기고, 대표가 된 직원이 다시 회사를 성장시키는 미담은 때때로 우리에게 부러움이 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스템의 기업 문화는 화려하지 않지만 독특한 정체성으로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풍성한 복지와 연봉'이 미덕이라 말하는 요즘 사회의 일면, 또한 '우리는 그럴 여력이 없어서'라고 말하며 회피하는 이들에게도 좋은 본이 될 만하다. 다음은 첫 직장으로 서울시스템에 입사해 사원에서 대표 자리까지 오른 연배흠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물론 사원이 사장까지 승진한 일은 국내에서 서울시스템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이미 2번에 걸쳐 그 일이 일어났고, 창립 40주년만에 3번째까지 앞둔 서울시스템의 이야기는 확실히 이들이 처음이라 할 수 있다. 대체, 무엇이 이런 전통을 만들었을까?

연배흠 서울시스템 대표이사 (ⓒ 서울시스템)
연배흠 서울시스템 대표이사 (ⓒ 서울시스템)

1985년 설립된 서울시스템은 국내 1세대 신문제작 솔루션 회사다. 이들의 지난 역사와 기술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는 - 납활자부터 AI까지... 韓 신문기술 40년의 산증인 '서울시스템' – 편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서울시스템은 선대 김학선 회장에 이어 연배흠 대표가 사원에서 대표로 승진한 특이 케이스다. 연 대표도 평생을 '서울시스템 원맨'으로 살았다. 그 이유와 원동력은?

기본적으론 고난의 세월을 함께한 의리가 있겠다. 김학선 회장(비상근, 재무총괄)이 서울시스템에 처음 입사했을 때만 해도 상장사였고, 한때 직원이 470여명에 달할 만큼 규모도 컸다. 그러던 중 IMF 시기에 부도를 맞아 10개월간 직원 급여를 못 주게 되니, 단 69명만 남더라. 이후 상장사 이름을 '에듀패스'로 바꿨으나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고 우리의 기존 신문 제작 솔루션 사업을 100% 물적 분할해 다시 세운 회사가 지금의 서울시스템이다. 당시 16명이 함께했는데, 그중 나를 포함한 6명이 지금도 남아서 함께 일하고 있다.

- 정말 의리만으로 가능했던 일일까?

업무환경에 대한 공감대를 찾고 실천한 부분도 한몫했던 것 같다. 원래 사원으로 생활하던 이들이 운영을 맡게 되니, 우리끼리 최소한 일로써 외부에서는 스트레스를 받아도 내부에서는 받지 말자고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실제로 굉장히 편안한 회사가 되었고, 그 시절이 그립다며 3번이나 재입사한 직원도 있었다. 사실 지금 근무하는 친구들의 속마음까진 모르지만 적어도 이전에 고생한 친구들은 대개 10년~20년째 일하는 중이고 이직률도 낮은 편이다.

- 연봉이나 복지는 어떤가?

솔직히 우리 연봉 수준은 특별히 높은 편이 아니다. 그럼에도 오래 근속해 주는 이들에게 참 고맙다. 한번은 모 프로젝트 중에 다른 회사에서 우리 직원에게 '더블 연봉'을 제안했는데도 가지 않은 경우도 있더라. 복지 또한 특별하진 않다. 사내 커뮤니티 운영비를 지원하고, 노사협의회를 정기 개최해서 직원 요구사항을 취합하는 정도라고 보면 된다. 그 과정에서 사무실 입구에 휴게실을 크게 만들고, 안마기 사달라고 해서 사주고 그랬던 걸로 기억한다.

노사협의회를 통한 직원 요구를 수용해 만들어진 휴게실 (ⓒ 서울시스템)
노사협의회를 통한 직원 요구를 수용해 만들어진 휴게실 (ⓒ 서울시스템)

- 별거 없다더니, 은근히 다 해주고 있는 거 아닌가?

(웃음) 물론 우리 능력이 되는 범위 내의 이야기다. 또한 누군가에겐 먼 이야기지만, 장기근속자가 많은 회사 특성상 그들에게 제공하는 혜택도 있다. 20년 근속자는 부부 동반의 해외여행 한달 비용을 회사에서 대주고, 25년에는 한달 동안 유급휴가를 준다. 30년에도 똑같이 원하는 지역의 한달 살기를 지원하는데, 개인적으로 필리핀 민다나오섬에서 한달을 보내고 온 적도 있다. 물론 3년차, 5년차, 10년차에도 상품권부터 보너스까지, 크지 않아도 근속 혜택들은 마련해두고 있다. 궁극적으론 여기서 평생 근무하면 적어도 정년퇴직 할 때 흔히들 찾는 수위 자리를 알아보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 김학선 회장의 생각이다.

연 대표가 '민다나오섬 한달살기'를 즐기던 당시 (ⓒ 연배흠)
연 대표가 '민다나오섬 한달살기'를 즐기던 당시 (ⓒ 연배흠)

- 정년 이후를 보장하겠단 뜻인지

맞다. 서울시스템 재직 중에 가능한 방법, 이후에 지원하는 방법이 있다. 가령 우리는 임원이 되면 기본 퇴직금 외에 기여도에 따른 추가 퇴직금을 수령할 수 있는 구조다. 나 역시 올해를 마지막으로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는데 퇴직금 4배수가 책정되어 있다. 퇴직금을 더 넉넉히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음으로써 퇴직 후 재정 부담을 그만큼 줄여주겠단 포석이다.

또한 올해는 임원 5명이 모두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이에 김 회장은 '하모닉스'란 자회사를 만들어 정년퇴직자들은 다시 65세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지원할 생각이다. 이미 본사 4층에 사무실을 얻어두었고, 급여는 서울시스템 재직 당시보다 훨씬 적게 받아도 임원들은 주 4일쯤 근무하며 서울시스템을 서포트할 기회를 얻는 것이 더 낫다고 보는 편이다.

- 그런 노력이 지금 젊은 직원들에게도 '본'이 될 것 같다

물론 회사 안에서 쉽지만은 않은 얘기지만 진심은 다 통한다고 믿는다. 우리가 다 경험했던 일들을 토대로 하나씩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그렇게 내가 이 회사에 '올인'했듯 내년에 신임 대표가 될, 그 또한 서울시스템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지난 2020년 연배흠 대표 취임식 장면 (ⓒ 서울시스템)
지난 2020년 연배흠 대표 취임식 장면 (ⓒ 서울시스템)

- 대표로서 남은 올해, 꼭 마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요즘 고민하는 일은 해외진출이다. 신문사를 위한 우리의 솔루션도 결국 클라우드 기반의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형태로 종결짓는다고 생각해 보자. 여기에 부수적으로 언어팩만 설치한다면? 해외 어디서든 쓸 수 있는 시스템이 될 수 있다. 만약 그 일만 성공할 수 있다면, 서울시스템의 다음 스텝도 명확해질 수 있기에 개인적으로는 올해 회사의 해외진출 교두보를 만드는 노력에 집중해 볼 계획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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