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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정국도 아랑곳않는 이복현의 발언 수위… KB·우리·농협 등 금융권 재차 '긴장'

ⓒ5대 금융지주
ⓒ5대 금융지주

[디지털데일리 강기훈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다시 거친 발언을 이어가면서 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금감원으로부터 직접 지적을 받은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 그리고 NH농협금융은 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최근 윤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소추로 인해 이복현 원장의 기세도 누그러질 것이라는 금융권 일각의 전망도 빗나간 모습이다. 이 원장은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이 내년 KB금융을 비롯한 금융지주들을 강력 제재할 것을 시사하고 있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 20일 주요 금융지주의 검사 결과 발표를 다음 달로 미룬 이유에 대해 "경미하게 (검사 결과를) 취급하겠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그런 의미였다면 '약한 맛'으로 이달 발표했을 것"이라고 말해 금융권을 긴장시켰다.

이 원장은 이어 "남은 임기 6개월 동안 검사·감독 방향은 무관용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매운 맛'으로 시장과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1월에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금감원은 KB·우리·농협금융지주와 산하 계열사인 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마친 상태다. 이후 제재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이 강공을 이어나가자 금융권 안팎에서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지난 국정감사 때 이 원장의 행보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있은 뒤 금감원이 잠잠했던 터라 불안감이 더 증폭되는 모습이다.

KB금융의 경우, 반복된 금융사고와 인도네시아 KB뱅크(구 부코핀 은행) 투자 손실 건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특히, KB뱅크가 갖고 있는 부채가 막대함에도 당시 KB금융 경영진이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회사를 덜컥 인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국감에서도 KB뱅크 문제가 거론되기도 헸다. 이 원장 또한 금감원 임직원들에게 "KB뱅크 부실을 철저히 검사하라"며 KB금융 제재를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우리금융은 손태승 전 회장이 연루된 부당대출 건으로 금감원 눈 밖에 나 있는 상황이다. 지난 8월 금감원은 이례적으로 우리금융 부당대출과 관련해 보도자료를 내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을 압박한 바 있다.

게다가 이 원장은 지난 8월 "우리금융이 보이는 행태를 볼 때 더는 신뢰하기 힘들다"며 우리금융을 직격했다. 통상적인 금융당국의 수장의 발언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맹공을 퍼부은 것이다.

이 원장은 이달 20일 "우리금융의 현 경영진 체제에서 파벌주의 문제나 여신, 자산운용 등 난맥상이 크게 고쳐졌다고 보지 않는다"며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룹 차원의 문제이며 이 부분을 엄정히 반영할 것"이라고 한 번 더 직격했다.

농협금융은 지배구조와 관련해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농협은행에서 잇따라 금융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농협금융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에 기인한다는 논리에서다.

실제로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의 지분을 모두 갖고 있어 사실상 모회사에 해당한다. 이런 구조 속에서 금융 전문성이 없는 중앙회 임원이 금융지주와 은행으로 발령나곤 하는 인사가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 금감원이 농협 지배구조에 '메스'를 대야 내부통제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큰 논란이 없었던 하나금융 또한 예외는 아니다. 최근 하나금융 이사회는 지배구조 내부 규범을 개정하면서 '만 70세 정년 제한 규정'을 완화했다. 현재 만 68세인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연임해 임기를 모두 채울 수 있는 길이 생겼다.

이에 이 원장은 "아직 함 회장이 연임에 도전할지 안 할지를 모르는 상황이어서 셀프 개정이라고 하기는 어렵다"며 "현 회장의 품성 등을 고려했을 때 혹여 연임에 도전하더라도 굳이 언론의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본인에게 규정 적용을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함 회장 셀프 연임 논란을 에둘러 비판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내년 6월 말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 이 원장의 거친 발언이 계속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남은 기간 행보를 바꿀 만한 유인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감원장이 직접 강한 메시지를 냈다는 건 실제로 행동에 옮기겠다는 것"이라며 "내년 6월 전까지 금융지주 제재안을 마련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어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 원장이 재임할 때까진 몸을 움츠려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돼 있다"며 "딱히 이 원장이 '덜 매운 맛'을 보여줄 것 같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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