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강기훈 기자] NH농협금융지주의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선임 작업 늦어지는 가운데,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과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의 연임이 불발될 것이란 관측이 커지고 있다.
실적과는 무관하게 올해 농협금융을 중심으로 각종 금융사고가 터짐에 따라 내부통제에 철저하게 실패했다는 지탄을 극복하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다. 농협금융내 나머지 계열사 또한 변화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올해 취임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임기 첫해인 만큼 계열사 CEO 교체를 통해 새로운 색채를 입힐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계열사 CEO 인선 작업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나머지 금융지주들이 은행을 포함한 계열사 CEO 인사를 마무리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지난 16일 임추위는 회의를 열어 차기 CEO 후보군을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불발됐다. 특히 차기 농협금융 회장 후보군 압축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후문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정확한 후보군이나 계열사 인사 발표일은 알려드릴 수 없다"면서 "다만 늦어도 다음주엔 발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올해에만 농협은행에서 16건의 횡령 등 금융사고가 터진 가운데, 앞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지난 5월 내부통제 및 관리책임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중대사고를 낸 계열사 대표의 연임을 제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내부통제 문제 뿐만 아니다. 최근 예상치 못했던 탄핵 정국이 농협금융 CEO에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석준 농협금융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를 출마하기 위해 캠프를 꾸릴 당시 이 회장은 1호 인사로서 영입된 바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만큼, 이 회장 또한 거취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차기 농협금융 회장으론 이대훈 전 농협은행장을 비롯해 2~3명의 내·외부 인사가 거론되고 있어 주목된다.
농협은행의 경우, 강태영 NH농협캐피탈 부사장과 강신노 NH농협은행 리스크관리부문 부행장, 최영식 농협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실적이 준수한 나머지 계열사 CEO 또한 쇄신 바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금까지 농협금융이 임기가 끝난 계열사 CEO에게 연임 기회를 주기보다 2년 임기 관행을 고수해 왔어서다.
특히 중앙회장이 교체될 때마다 CEO들이 물갈이 된 점과 무관하지 않다.
농협금융은 2012년 중앙회로부터 신경분리(신용과 경제사업의 분리)돼 출범했다. 그러나 중앙회가 농협금융의 지분을 모두 갖고 있어 사실상 모기업으로서 인사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올해 3월 강 회장이 새로 취임한 만큼, 기존 관행을 고수함으로써 인사 그립감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실제로 중앙회는 임기가 내년 말까지인 NH농협손해보험, NH저축은행, NH선물 CEO들에게도 사표 제출을 요구했다. 임기가 올해 끝나는 CEO들로선 더욱 교체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한편, 농협금융은 9개 계열사 중 5곳의 CEO 임기가 올해 끝난다. 이 행장과 윤해진 농협생명 대표, 임동순 NH-아문디자산운용 대표, 서옥원 NH농협캐피탈 대표, 김현진 NH벤처투자 대표 등이다.
임기가 만료되지 않는 CEO들도 퇴진 압박을 받고 있기에 올해에만 최소 5명 이상이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물론 강 회장이 보은 인사를 하려 한다는 지적이 국정감사 등 여러곳에서 지적됐기에 모든 인사를 강 회장의 의중대로 할 순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렇지만 통상 중앙회장 교체기 때 CEO들이 대거 물갈이 됐고 이번에도 전임 회장 때 인선된 CEO들은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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