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와 고물가로 소비가 둔화됐지만 유통업체 자체브랜드(PB)는 날마다 우상향하고 있다. PB는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와 협력해 생산한 뒤 자체 브랜드를 붙여 마케팅·유통 비용을 줄이고 소비자가를 기존 기성품보다 대폭 낮춘 것이 특징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시장조사기관 닐슨아이큐를 통해 오프라인 소매점 약 6500곳 매출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22년 4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1년간 국내 PB 상품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1.8% 늘었다. 전체 소비재 시장이 같은 기간 1.9%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약 6배 높은 수준이다. 각 PB 탄생 배경과 성장 과정, 향후 전략 등을 면밀히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누구나 옷을 사기 위해 쇼핑 메카로 나서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패션 브랜드가 있다. ‘숍인숍’ 매장을 포함해 주요 상권에서 신규 오픈을 잇달아 성사시켜 소비자는 물론 업계 관계자 이목까지 빼앗고 있는 곳, 바로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PB ‘무신사 스탠다드’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지난 2017년 온라인 기반의 패션 브랜드로 출발했다. 무신사는 무신사 스탠다드를 만들 당시 가치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 초점을 맞췄다. 기본적이면서도 스타일리시한 핏을 깔끔하게 연출할 수 있는 남성 및 여성 의류, 패션잡화 라인업 전반이 큰 인기를 끌었다.
무신사는 제품 구매 전 옷을 입어보고 싶다는 고객 요청에, 지난 2021년 5월 최초의 스토어를 홍대에 열었다. 무신사 스탠다드가 오프라인 시장에 본격 진출한 시점이 바로 이때다.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는 오픈 직후 1년 만에 100만명의 방문객을 모으며 홍대 핫플레이스로 등극했다.
올해 1분기까지 ▲무신사 스탠다드 강남(2022년 7월) ▲무신사 스탠다드 동성로(2023년 9월) ▲무신사 스탠다드 성수(2023년 11월) ▲무신사 스탠다드 서면(2023년 12월) ▲무신사 스탠다드 명동(2024년 3월)도 순차적으로 문을 열었다.
이렇게 무신사 스탠다드는 지난해까지 오프라인에서 단독 매장만을 운영해왔다. 그러나 올해를 기점으로 유통사에서 운영하는 대형 쇼핑몰 혹은 백화점에 입점하는 ‘숍인숍(shop-in-shop)’ 전략을 앞세운 신규 출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는 명동점 오픈을 시작으로 무신사 스탠다드가 오프라인 거점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월 최초의 숍인숍 형태의 7호점 무신사 스탠다드 롯데몰 수원을 선보인 뒤 현대백화점 중동(8호점), 스타필드 수원(9호점), AK플라자 분당(10호점)까지 오픈을 마쳤다. 이처럼 오프라인 접점을 지속적으로 넓힌 결과 매장을 방문하는 소비자들도 급격히 늘었다. 2022년에 연간으로 약 153만명이었던 방문객 수는 2023년에 약 277만명으로 81% 증가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지난해 무신사의 매출원으로도 역할을 톡톡히 했다. 무신사는 최근 2023년 회계연도 외부 감사를 마무리한 결과, 별도 기준 매출액이 약 8830억원으로 전년 대비 36.9%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온라인 패션 시장 규모가 4.45% 성장한 것과 비교했을 때에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여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무신사 별도 기준 내에는 온라인 플랫폼인 무신사, 29CM를 비롯해 글로벌 비즈니스와 무신사 스탠다드 실적이 포함된다.
월 평균 오프라인 방문객도 2021년 약 7만명에서 ▲2022년 12만7400여명 ▲2023년 23만여명 ▲2024년 52만6700여명 순으로 매년 2배 이상 커지고 있다. 이달 초를 기준으로 누적 방문객 규모는 700만명을 돌파했다.
무신사는 올해에만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을 30곳으로 늘리면서 오프라인 확장에 주력할 방침이다. 다양한 연령과 취향의 고객이 찾는 공간의 특성을 고려해 각 매장마다 차별화된 상품 구성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다. 올해 말까지 예정된 신규 매장 오픈 계획을 감안했을 때, 올해 안으로 누적 방문객 1000만명 이상을 기록할 것이 유력하다는 게 무신사 측 설명이다.
한문일 무신사 대표는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2024년까지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을 30호점까지 늘리는 등 공격적인 오프라인 확장 목표를 갖고 있다”며 “신설 매장 대부분이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들어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대표는 무신사 스탠다드를 비롯해 신진 브랜드 발굴 및 지식재산권(IP) 브랜드 사업으로 비즈니스를 확대해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도 나선다.
한편, 무신사는 핵심 사업 영역인 무신사 스탠다드 등에서 비용 효율적인 성장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4200억원 가량을 보유하고 있기에, 이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성장과 수익 창출을 만들어 내기 위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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